‘출가자 감소’ 佛에 어떤 변화 요구하나
종단차원 청소년 교육·지원 절실… 시대흐름 읽는 인재발굴 시급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불교계가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출가자(승려)의 고령화는 심화되고 속세를 떠나 출가의 뜻을 품은 젊은 세대의 발길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불교계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은 출가자 감소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500여 명이 넘었던 출가자 수가 최근 10년 사이 급속히 감속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출가자 수는 200명을 겨우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가자 감소에 따른 종단의 종책(정책) 변화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출가자 감소는 행자(불도를 닦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사미‧사미니(불교에 입문해 십계를 받고 수행하는 남자 승려와 여자 승려) 수계교육 수료자 통계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0년 사이 매년 400~500명의 행자들이 사미, 사미니계를 받았다. 그러나 2000년 528명으로 시작한 사미‧사미니 수계교육 수료자는 현저히 줄어들어 2012년 212명만 수료한 것으로 조사돼 그 심각성을 알렸다.
출가자가 줄어들면서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 곳은 기본교육기관이다. 기본교육기관으로 사미승가대학(12곳)과 사미니승가대학(4곳), 기본선원, 중앙승가대, 동국대 등이 있다. 200여 명의 스님은 기본교육기관으로 배치된다.
앞서 교육원은 지방승가대학의 공교육화 정책에 부응하지 못하는 승가대학에 대해 오는 2014년까지 교육기관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20여 곳 중에 상당부분이 종단이 예고한 기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마다 종단의 교육기관조정에 앞서 스스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형사찰인 선운사와 백양사, 유마사승가대학 등은 승가대학을 승가대학원으로 전환해 시대적 흐름에 부흥하고 있다.
출가자 감소로 사찰에 스님이 없는 공동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교구본사(조계종은 전국을 25개 교구로 나눠 지역사찰 운영)에서도 상주하는 스님이 손으로 꼽힐 정도로 줄어들어 조석예불에 불전사물(범종, 목어, 법고 등)을 칠 스님을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출가자 왜 줄어드나… 출산율·청년불자 급감
불교계에서는 출가자가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낮은 출산율을 꼽고 있다. 2010년 유엔인구기금(186개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적은 출산율(1.24명)을 기록하고 있다. 한 가정당 자녀가 1명뿐이라는 말이다. 많아야 두 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불교뿐 아니라 개신교, 천주교 등 한국종교계는 가까운 미래에 신도수와 성직자 수가 급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불교계는 출가적정 연령을 청년시기로 보고 있다. 청년들이 적다 보니 불교를 접할 기회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청년 불자의 감소가 출가자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출가활성화추진특위원회에 따르면 불자학생이 한 반에 1~2명밖에 안 된다. 또 신병교육대법회에 입소한 300명 중 절을 다녔던 사람은 10~2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교계 내부에서도 종단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군 포교에 더욱 관심을 갖고, 청소년포교용 불교문화콘텐츠 등을 제작해 불심을 가진 불자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출가자의 마음도 확실히 잡기 위한 승가교육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행자들의 과도한 노동, 강압적 교육환경 등과 같은 승단의 교육문화 역시 출가자의 길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이 또한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출가자(성직자) 감소는 한국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웃 종단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 종교계도 마찬가지다. 유럽 성당과 교회는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독신수행자를 희망하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성직자의 자질문제도 한몫을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 출가자 감소를 막기 위해 조계종 교육원은 출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출가사이트(http://monk.buddhism.or.kr)를 2010년 9월에 개설했다. 또한 출가예비학교 운영해 한 달 동안 스님들의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발심출가를 이끌고 있다.
종단내 주요 소임자들은 좋은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출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종책(정책)적인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