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겠다던 오정현 목사에 6개월 설교 금지?
사랑의교회 당회, 4번 임시당회 끝에 결론… 징계 수위 ‘논란’
권영준 장로에 책임 전가 “표절 공개해 대내외 물의 일으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사랑의교회 당회가 17일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의혹을 인정하고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징계 수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사랑의교회 당회는 그동안 오정현 목사 박사학위 논문 표절 관련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를 벌인 결과 논문이 표절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오정현 목사에게는 6개월 자숙할 것과 기간 중 사례비 30%를 자발적으로 받지 않게 하는 것으로 징계를 결정했다. 아울러 이후에는 당회가 제시하는 사역 가이드 라인을 준수하기로 했다. 이에 오정현 목사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설교를 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징계 수위가 낮다며 반발 목소리가 거세다. 오 목사가 자신의 표절이 인정되면 사퇴하겠다는 발언을 이미 했기 때문이다. 일부 교인 및 여론은 오 목사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당회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세 차례 임시당회를 열었지만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과 관련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17일 네 번째 임시당회에서 가까스로 입장을 결정했다.
당회는 “오정현 목사가 199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재 포체스트룸대학에서 취득한 박사학위 논문이 여러 종의 저서 일부를 표절하였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오 목사의 표절을 인정했다. 아울러 “적절하지 못한 언행과 처신으로 인해 많은 성도들은 물론 한국 교계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고 오 목사의 행동을 평가했다.
오 목사는 포체스트룸대학의 철학박사 학위뿐 아니라 연이어 논문 표절 시비에 오른 바이올라대학의 목회학박사 학위도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6개월의 근신과 사례비 3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 목사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가 과거에 했던 발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오정현 목사는 지난해 7월 13일 당회 등에서 표절시비와 관련해 결백을 주장하며 “만약 추후에라도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대필이나 표절 등 그 어떤 부정직한 증거라도 나온다면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故 옥한흠 목사의 장남 옥성호 집사는 사랑의교회 교인 카페인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된 것인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회가 온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며 “한국교회 내의 도덕 수준 또는 윤리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온 사회가 정확히 알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논문을 표절하고 그 표절한 논문을 ‘또’ 표절하고, 그러고도 결코 그런 적이 없다고 한 번도 아니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거짓말을 한 담임 목사가 하는 설교를 듣기 위해 매 주 교회를 찾는 성도들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가”라며 성토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도 네티즌들의 항의가 거세다.
사랑의교회 교인으로 보이는 ‘Won*******’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정현 목사의 결백을 순수하게 믿었던 성도들의 뒤늦은 분노가 전해진다. 어제 모든 결론을 알면서도 강대상에서 행했던 뻔뻔함 때문에”라며 성토했다.
네티즌 ‘소*******’는 “오정현 목사 논문표절이면 사임한다고 하지 않았나. 갑자기 웬 6개월 설교정지인가. 게다가 법적 대표권, 치리권, 행정권은 그대로 인정이라니!”라며 오 목사의 징계가 가볍다고 분개했다.
반면 이달 초 민주통합당을 탈당한 김용민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징계 경중을 떠나 사랑의교회가 오정현 목사의 표절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서 당회는 오 목사뿐 아니라 오 목사의 표절의혹을 공개적으로 알린 권영준 장로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당회는 “논문의 표절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절차와 방법으로 이를 배포함으로써 대내외에 물의를 일으키게 한 책임이 있다”며 당회에서 공개 사과할 것과 자숙을 요구했다.
또 부교역자로 시무하고 있는 고성삼 목사에 대해서는 “담임목사를 올바르게 보좌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교회와 당회 앞에 사과하고 징계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당회는 “우리(당회원)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고, 마음의 베옷을 입고 주님 앞에 자복하고 회개하며 성도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마무리했다.
한편 사랑의교회는 24일 당회를 열고 ‘사역발전위원회’를 조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오 목사를 대신해 강단에 오를 설교자 선정에서부터 교회 문제 해결 등을 담당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오 목사는 18일 0시부터 6개월 동안 강단에 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