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바꾸자” 로컬푸드·물류센터에 ‘관심’

2013-03-19     김지연 기자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새 정부가 물가안정 의지를 강하게 표명한 가운데 이번에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관심이 쏠렸다.

취임 직후부터 업체들과 대형마트에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농축산물 가격이 안정되려면 근본적으로 유통단계가 축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대 6~7단계에 이르는 유통구조를 2~3단계로 개선하라는 주문이 나온 상태다.

현재 농산물은 생산자→산지 유통인→도매시장→중간도매상→소매상 등 5단계를 기본으로 거친다. 이를 거치면 산지보다 몇 배로 부풀려진 가격에 소비자는 농산물을 구매하게 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 비중은 40~80%에 달했다.

이에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로컬푸드 매장’을 늘리거나 현재 대형유통업체가 운영하는 방식과 같은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로컬푸드 매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일종의 ‘직거래 장터’다. 지금까지 직판장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해 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 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는 농협이 운영하는 전북 완주군의 용진농협 매장이 가장 성공적인 경우로 꼽힌다. 로컬푸드 소비의 모델이기도 한 일본 ‘지산지소’ 운동이 성공적으로 활성화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지역적 특성과 소비성향의 차이로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대농(大農)이 많은 지역은 직접 직판현장으로 가는 것보다 ‘차떼기’로 산지에서 유통인에게 물건을 넘기는 편이 일손도 절약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직거래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가장 중점을 둔 점도 지역의 우수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데는 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농협 관계자는 “일단 판매장이 마련돼야 하고, 생산자의 물량과 소비자 수요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aT는 다음 달 18일까지 ‘소비자참여형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사업’을 위한 사업자 신청을 받고 있다. 2억 원 한도로 인테리어, 장비구입, 임차, 홍보 등을 위한 융자를 지원해 소비자직거래 매장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농식품부가 로컬푸드 매장을 늘리기 위한 집중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단법인 로컬푸드운동본부 박현혜 전략기획팀장은 “로컬푸드의 거래 형태를 다양화하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부분이 시급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되는 것이 ‘로컬푸드’의 개념인 것은 맞지만, 인터넷으로 판로를 찾는 농가의 물품을 택배로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1번가, CJ오쇼핑 등 쇼핑채널이 저렴한 수수료로 농산물 판매를 대행하거나 롯데마트·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가 해당 지역의 농가에 판로를 제공하는 경우도 바람직한 모델로 꼽았다.

박 팀장은 “로컬푸드 매장이 지역에 들어선다고 할 때 소비자들이 너무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면 곤란할 수 있다”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목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동시에 가격 위주로만 농산물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미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 이어 농협도 오는 6월 안산에 센터를 완공한다. 신선도를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유통경로가 길어졌던 농산물이 센터를 통해 거래되면 가격도 그만큼 저렴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협은 2014년까지 설립 예정인 전남 장성과 경남 밀양 센터를 위한 부지를 확보했고, 2015년에는 강원, 제주까지 총 5개를 완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