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무희 최승희를 회고하다… 제자들 ‘증언’ 이어져
2011-12-05 박선혜 기자
“모든 예술 영역 흡수, 민족무용 발전시킨 인물”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20세기 세계적인 무용가였던 최승희(1911~1969)의 창작정신과 예술세계를 탐색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 및 여러 부대행사들이 지난달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가운데, 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는 최승희 탄생 100주년 기념해 논문발제를 비롯해 최승희 선생의 제자이자 무용계 원로들의 회고 및 증언이 이어졌다.
2부 순서로 진행된 ‘회고와 증언’ 시간에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최승희 춤의 맥을 잇고 있는 제1세대 무용가들이 참가해 최승희 선생을 회고했다.
한국 대표로는 최승희 선생의 유일한 남성 제자인 전황 전 국립창극단장 등이 참가했다. 그는 1940년대 후반 최승희무용연구소에서 춤을 체득하고 중국, 소련 등 해외공연을 다녔던 시절의 일화를 소개했다.
전황 선생은 “월남해서 최승희 선생에 대해 자유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 것에 목이 멘다”며 감개무량해 했다. 이어 “월북한 최승희 선생 밑에 있다는 이유로 숨도 크게 못 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배우였던 누이 덕에 최승희 선생의 제자임을 당당히 밝힐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최승희 선생에게 발탁돼 무용을 배운 허명월 선생은 1951년 북경에 설립된 중앙희극학원 최승희무도연구반에서 춤을 사사했다. 허 선생은 조선족무용가로서 중국민족가무단 안무자로 지냈다. 현재 중국무용계를 대표하는 원로무용가로 꼽히며,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은 최승희무도연구반에서는 중국무용계를 주도하는 많은 무용가를 배출하고 있다.
이날 회고와 증언 시간에 참석한 그는 “최승희 선생이 남겨준 ‘사랑하는 명월아 너 이름같이 세계에 광명을 비추는 무용가가 되기를 바란다’라는 편지가 항상 힘이 돼 줬다”고 말했다. 친필 편지는 아직도 보관 중이다.
중국에서 온 짱치 전 중국중앙가무단장은 “최승희 선생은 예술을 초월해 모든 예술 영역을 흡수하고, 민족무용을 발전시킨 인물”이라며 “조선의 춤 속에 모든 민족의 춤을 융합해 발전시켜 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한국의 춤이 최 선생의 정신과 뜻을 받든다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본에서 최승희 춤의 맥을 잇고 있는 백홍천 재일본최승희무용원장은 일본 재일 조선인사회에서 전승되고 있는 최승희 춤의 실체와 특징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 춤의 교과서적 동작교본으로 통하는 ‘조선민족무용기본’의 기법적 특징을 당시 최승희의 공연 영상과 함께 소개했다.
특히 이날에는 최승희에 대한 미공개 공연자료와 영상들도 선보였다. 30년대 후반 뉴욕에서의 공연실황을 담은 신무용 ‘명비곡(1937)’ ‘보살춤(1937)’, 전통을 소재로 한 ‘장고춤’과 ‘부채춤’ 또 40년대 후반 북경에서 공연돼 주은래 수상이 격찬했다는 ‘풍랑을 뚫고(노사공)’ 등의 영상물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