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희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

골프공을 클럽 헤드에 맞추는 초보 딱지를 떼고 어느 정도 스윙궤도가 만들어진 보기플레이골퍼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중 하나는 ‘힘을 빼라’는 것이다. 그러나 골프에서 ‘힘 빼는 데 3년 걸린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스윙궤도는 눈에 보이고 측정도 가능하나, 힘은 볼 수도 없으며 측정하기도 어렵다.

왜 힘을 빼라고 하는 걸까? 힘을 빼면 스윙에 꼭 필요한 근육만 사용하게 한다. 그래서 스윙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근육이 끼어들지 않아 스윙이 간결해지고, 다른 근육의 방해가 제거되어 부드러워진다. 이는 공을 더 멀리, 정확히 보낼 수 있으며, 오래 반복된 스윙을 해도 지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골프에서 힘을 빼야 하는 부위는 어깨, 팔, 손목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충분한 어깨 턴이 되지 않아 팔과 손의 움직임을 어렵게 한다. 또한 팔과 손에 힘이 들어가면 충분한 코킹과 휘두름이 부족하여 충분한 거리를 내지 못한다. 이를 조직과 경영에 비유해보면 몸통을 포함한 어깨는 최고경영자와 임원에 비유할 수 있다.

여기에 힘이 들어가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충분한 사업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팔과 손목은 중간경영자와 일반사원에 비유되는데, 여기에 힘이 들어가면 상부의 올바른 방향제시에 신속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리고 어깨는 몸통과 팔을 연결하며, 팔은 어깨와 손을 연결한다. 그리고 손목은 팔과 손을 연결한다. 따라서 어깨, 팔,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서로 간의 연결을 어렵게 한다.

이 또한 조직과 경영에 비유하면 최고경영자와 중간경영자, 그리고 일반사원 간의 연결소통을 어렵게 하여 상부에서는 하부의 게으름과 나태함을 비난하게 되고, 하부에서는 상부의 지시나 명령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는 골프에서 비거리와 정확성을 잃게 하고 경영에서는 이윤손실을 가져온다.

힘을 빼는 능력이 갖춰지면 그 다음에는 다시 힘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스윙에 불필요한 근육을 제거하여 스윙을 간결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다음에는 불필요하게 여겨졌던 부위를 활용하여 최대의 힘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비거리를 요하는 드라이버를 칠 때 평상시에는 불필요한 발가락 끝에 있는 근육까지도 동원하여야 하며 그래야 최대의 파워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상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근육의 힘만을 빼서는 안 된다. 마음의 힘도 빼야 한다. 지나친 수준의 마음에 힘이란 자신의 현재 수준에 맞지 않는 욕심을 말한다. 이는 공격 일변도의 무리한 공략을 하게 한다. 마음의 힘 역할을 하는 욕심을 버리면 골프나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지금 여기, 현재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준다.

그리고 마음과 몸에 힘을 빼게 되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감각이 살아난다. 골프게임에서 퍼팅감이 없다든지, 샷 감이 사라졌다는 것에 원인 중 하나는 마음과 몸에 힘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힘은 욕심, 몸에 힘은 감각신경의 마비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골프와 경영에서 힘을 빼면 감각이 살아나고, 통찰력과 직관이 살아난다.

힘을 빼는 것이 평소에는 잘 하다가도 위기의 순간에 접하면 경직되는 경우가 있다. 위기 시에 상급골퍼가 힘을 더 빼는 것처럼 상급경영자일수록 더 많은 조직과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힘을 빼는 경영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더 나아가 불필요하게 여겼던 인원이나 부서를 최대로 활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거둬들이는 것이다.

저명한 의학박사인 에드몬드 야콥슨(Edmund Jacobson)은 모든 질병의 원인을 불필요한 힘이라고 했다. 그래서 힘을 빼는 이완동작만으로도 어느 정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몸의 어떤 부위가 아프다고 하는 것은 그 부위에 근육이 경직된 것이고 이 경직된 힘을 빼줌으로써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게 하여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한다. 즉 불필요한 힘은 혈액순환의 소통을 방해한다. 각종 근육 상해도 근력이 부족해서 오는 경우보다 근육이 부드럽지 못하고 이완되어있지 않은 경우에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자! 눈을 감고 어깨, 팔, 손 부위에 주의를 집중해보자. 그리고 호흡을 내뱉고 어깨를 떨어뜨리면서 힘을 빼보자. 5분만해도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와 몸의 감각이 살아나 큰 눈과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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