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리네티스트 이상재(나사렛대 교수)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불가능은 없다” 희망을 노래하는 오케스트라
오는 27일 뉴욕 카네기홀서 갈고 닦은 실력 선보여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지난 6일 오후 서울역 3층 오픈콘서트홀에서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연주가 울려 퍼졌다. 연주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던 시민들의 눈은 또 한 번 휘둥그레졌다.

작은 규모이나 오케스트라 연주가들이 지휘자와 악보가 없는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멋진 하모니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예사롭지 않은 이들은 ‘하트시각장애인체임버오케스트라(하트오케스트라)’다. 지난 2007년 창립된 하트오케스트라는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실내관현악단이다.

놀라운 것은 이들은 장애인 오케스트라로는 세계 최초로, 세계 최고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에 선다. 큰 도전을 앞두고 이들 오케스트라를 리드하고 있는 이상재 음악감독을 만나봤다.

피바디 음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나사렛대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클라리네티스트 이상재 씨. 그에게 카네기홀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묻자 차분한 말투였지만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1891년 개관돼 차이콥스키의 지휘로 뉴욕 필이 공연한 지 올해 딱 120년이 됩니다. 세세히 기록을 다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 오케스트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담당자가 말해줬어요.”

하트오케스트라는 오는 27일 저녁 미국 카네기홀 ‘Zankel Hall’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선보인다.

이상재 감독은 4년 반 동안 어렵게 오케스트라가 버텨온 노력의 산물로 얻은 값진 무대여서인지 가슴 벅차했다. 사실 하트오케스트라는 창단 이후 어떤 지원도 없이 단원들 개개인의 땀과 눈물로 운영됐다.

시각장애연주가 12명과 객원연주자 7명의 단원이 모인 하트오케스트라는 100회 이상의 공연 경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공연 경력만큼이나 통째로 악보를 외울 정도로 상당히 많은 연습을 해왔다.

곰팡이 나는 지하연습실이었지만 이들은 한 곡당 연습만 100번 정도했다. 100회 공연까지 합하면 200번은 했다는 얘기다.

이 감독은 “우리에게 연주란 한 음, 한 음 마음으로 기억하고 마음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노래 부르는 마음의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카네기홀에서는 특별히 아리랑과 미국민요 2곡을 더 준비했다. 그는 이번 공연의 책임자로서 많은 긴장감이 맴도는지 하루에 2,3시간도 못 잔다고 했다. 재정적으로나 열악한 연주 환경 속에서도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활동해온 하트오케스트라에게 이번 공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 감독은 “솔직히 장애인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연주하고 재정비용 등을 생각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세계에 우리 존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장애인과 세계 시민들에게 도전과 용기, 희망, 극복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가 되고 싶다”며 “이는 우리 단원 모두의 소망이고 바람”이라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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