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최근 북한 관련 최대 이슈는 단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손으로 알려진 김한솔(16) 군에 관한 얘기다. 보스니아 국제학교에 등록한 김 군이 김 위원장의 핏줄이냐 아니냐를 놓고 그간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다가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5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김 군이 김 위원장의 손자라고 밝히면서 사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홍콩 분교의 스티븐 코드링턴 전 교장은 이 방송을 통해 김 군과 관련된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며 “김 군이 입학지원서에 가족관계 중 특이한 사항으로 자신의 할아버지가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기재했다”고 밝혔다.

코드링턴 전 교장은 김 군이 당초 이 학교의 홍콩 분교인 ‘리포춘연합세계서원’에 지원해 합격했으나 홍콩 이민국이 김 군에게 학생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김 군은 입학 희망 지역을 유럽으로 돌렸고, 그의 입학을 적극적으로 환영한 보스니아 분교가 최종 선택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코드링턴 전 교장은 자신이 지난 2004년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홍콩 분교에 부임한 이래 북한 교육계와 친선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2005년에서 2010년까지 100명에 가까운 세계 여러 나라 출신 학생들이 북한을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사실 북한 고위층의 외국 유학은 새로울 만한 게 아니다. 김 위원장의 아들 3명 모두 예외 없이 ‘외국물’을 먹었다.

장남인 정남은 현재 중국 베이징과 마카오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학교와 제네바종합대학을 다니며 엘리트 교육코스를 거친 그는 프랑스어, 중국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고 공항 등에서 마주친 기자들과도 영어로 자유롭게 인터뷰를 해 주목을 받았다.

차남인 정철도 스위스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유학한 바 있다. 최근엔 피어싱을 하고 영국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싱가폴 공연을 감상하는 모습이 아사히 TV에 포착되기도 했다. 후계자인 삼남 정은 역시 스위스에서 유학했다.

사실 김 위원장 자신도 1959년에 모스크바 대학 소련 간부들에게 유학을 권고 받았던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조선에도 훌륭한 종합대학이 있다”면서 거절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자녀들의 유학지로 스위스와 보스니아를 선택한 것은 이 지역이 비교적 이념과 체제에 개방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은 “소련에 보내면 소련파가 되고 중국에 보내면 중국파가 되니까 중립지대인 스위스에 보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인민에게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혁명과정을 포장하면서 신비성을 부각하기 위해서 유학을 보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왕조나라라는 틀에서 자기 자식 관리라는 게 어렵고, 국제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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