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북한 전문학과인 동국대학교 북한학과가 ‘학문구조개편’ 대상이 됐다. 4일 동국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학교 측은 북한학과, 윤리문화학과, 문예창작학과, 반도체학과 등을 없애거나 다른 학과와 통합한다는 내용의 학문구조개편을 지난달 26일 학생들에게 구두로 통보했다.

북한문제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1994년 개설된 동국대 북한학과의 경우엔 2013년부터 연계전공으로 전환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학생회는 밝혔다.

현재 북한학과가 개설돼 있는 국내 대학은 동국대와 고려대뿐이다. 북한학과는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특수학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98년까지 총 6개 대학에서 신설됐다. 동국대를 시작으로 95년 명지대, 96년 관동대, 97년 고려대, 98년 조선대·선문대에서 개설됐다. 당시엔 북한의 변화와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메리트가 크게 작용하면서 언론에 장래가 유망한 과로 자주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특수한 북한학과를 졸업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렵다는 점과 경쟁력이 낮다는 인식이 조성되면서 줄줄이 폐지되거나 통폐합되는 길을 걷게 됐다. 명지대 북한학과는 2010년 정치외교학과로 통폐합됐고 선문대는 2008년 동북아학과로 개편했다. 관동대·조선대는 아예 과를 없앴다. 이 같은 시점에 ‘최초’라는 상징성을 내포하는 동국대가 무너지면 고려대에서도 폐지될 것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특히 불교 대학이 갖는 사회적 공헌과 민족적 책임이라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존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질적으로는 통일을 이끌어갈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문이 폐과를 반대하고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박순성 교수는 “많은 대학이 일본학·중국학 등 지역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북한학부 역시 있지 말란 법은 없다”면서 “연계전공도 말이 나오고 있는데, 개별학과에서 개설할 수 없는 북한군사론·북한예술론·북한지리론 등 특수한 과목이 있다. 특히 학부 때 학생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가지게 하면서 집중 양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학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북한학과는 더 늘어도 부족할 판이다. 대학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한적인 전문가 양성밖에 안 된다”면서 “앞으로 통일을 대비하려면 학부과정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국대 북한학과 최수지(2학년) 씨는 “북한을 공부한다는 건 크나큰 메리트라고 자부해왔다”면서 “북한과 관련해서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생각보다 많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 어느 분야보다도 활용이 쉽고, 사회 전반에서 길을 찾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학과 없는 북한학 연계전공은 밑 빠진 독이며 학부과정 없는 북한학 대학원 과정은 소수만의 폐쇄성을 자초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과 졸업생 권용혁(94학번) 씨는 “북한학과마저 없어진다면 대한민국 젊은 세대들이 통일에 관심조차 갖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의 이익 때문에 학과를 없애면 과를 보고 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관계자는 “아직 안건만 나온 상태며 5~6일 교수 및 학생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할 예정”이라면서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좋은 의견이 있을 수도 있으니 성급하게 앞서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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