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 마르지 않는 곳’ 풍수원(豊水院) 성당(강원유형문화재 제69호)

90여 년 숨어 지킨 신앙 공동체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1097번지. 올해로 124주년이 되는 풍수원 성당은 1801년 신유박해 때 교우들이 신앙공동체를 이루며 이후 90여 년간 숨어서 지킨 신앙터다.

1802~1803년경 경기도 용인에서 신태보(베드로)를 중심으로 40여 명의 신자들이 8일 동안 피난처를 찾아 헤매다 정착한 곳이다. 한국의 세번째 사제인 정규하 아오스딩 신부가 성당을 지어 한국에서 제일 먼저 봉헌된 성당이다.

풍수원에서 80여 년 동안 신자들이 성직자 없이 신앙생활을 해오다 1888년 프랑스 성직자 르메르 이(Le Merre 李)신부를 맞이해 정식으로 교회가 설립됐다.

1866년(고종 3년) 교회 대박해(병인년)와 1871년(고종 8년) 신미양요 때 신자들이 당시 피난처를 찾아 헤매던 중 산간벽지로서 산림이 울창해 관헌들의 눈을 피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이들은 사방으로 연락해 신자들을 모아 한 촌락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성당이 위치한 곳은 1801년 천주교세의 확장에 두려움을 느낀 지배세력은 천주교를 탄압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신유박해를 말한다. 선조들은 탄압을 피해 산 속으로 숨어들었다.

풍수원(豊水院)은 ‘물이 풍부한 곳’으로 물이 마르지 않았다. 마르지 않는 물처럼 그들은 이곳에서 신앙촌을 이루고 살기 시작했다. 옹기를 굽고 화전 밭을 일구며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일부는 화전으로 일부는 토기점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20년간을 지내다 1888년 6월 20일 조선교구장 민대주교가 본당을 설립했다.

초대 주임신부로 불란서 르메르 이(Le Merre 李)이 신부가 부임해 춘천 화천 양구 홍천 원주 양평 등 12개군을 관할했다. 당시 신자 수는 약 2000명이었고 초가집 20여 간을 성당으로 사용했다.

1896년 2대 주임으로 정규하(아우구스띠노)신부가 부임해 중국인 기술자 진베드로와 함께 현재의 성당(벽돌 연와조 120평)을 1905년에 착공, 1907년에 준공해 1909년 낙성식을 가졌다.

신자들이 벽돌을 굽고 아름드리나무를 해오는 등 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했다. 풍수원 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한국 최초의 성당이며 강원도 최초의 성당, 한국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다.

6.25때 피난을 가지 못한 외눈박이 신자가 성당 주변에 항아리를 묻고 그 안에 십자가와 묵주 등의 유물을 숨겨 두어 아직도 남아있다.

한편 이곳은 드라마 ‘러브레터’를 촬영했던 곳으로 더 유명해졌다. 러브레터의 두 주인공인 이우진(안드레아, 조현재)과 조은하(수애)가 처음 만나 함께 자란 추억이 있는 곳이며 두 사람에게 늘 그리운 마음의 고향으로 그려졌던 성당이다.

▲ 풍수원 성당 예수 십자가 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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