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관저 주변 치열한 교전
반군 "카다피 측 트리폴리 15~20% 장악"

(카이로·서울=연합뉴스) 리비아 반군이 무아마르 카다피의 최후거점인 수도 트리폴리의 대부분을 장악하기 시작해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군이 트리폴리로 진격한 것은 리비아 사태가 촉발된 지 반년 만에 처음으로 42년간 리비아 민중을 억압해 온 카다피 체제의 전복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 최후의 결전 준비 = '인어작전(Operation Mermaid. 혹은 '인어의 새벽 작전(Operation Mermaid Dawn))'이란 이름의 입체작전으로 트리폴리 입성에 성공한 반군은 카다피 축출을 위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AP·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2일 오전(현지시각)부터 트리폴리의 카다피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 주변에서는 반군과 카다피 친위부대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다.

반군의 압둘 라흐만 대변인은 "알-아지지야 요새에서 출격한 탱크들이 포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알-아지지야 요새 주변에서 이날 오전 폭발음을 비롯한 치열한 교전음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이날 오전 트리폴리 남부지역에서도 중화기와 자동소총 발사음이 들렸고 약 30분 뒤에는 외국 취재진이 머무는 릭소스 호텔 인근에서도 총격음과 엄청난 폭발음이 계속됐다.

이 요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습이 시작된 지난 3월 19일 이후 공습을 계속 받아 건물 대부분이 파괴돼 납작해졌지만, 친위부대 병력 상당수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은 "카다피 친위부대가 트리폴리에서 반군과 교전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카다피 측이 트리폴리의 15~20%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압둘 라흐만 반군 대변인은 "카다피 부대는 여전히 반군에 위협적인 존재"라면서 "카다피가 도피행각을 벌이는 한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나세르'라고 밝힌 반군 측 관계자는 알-자지라 TV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트리폴리의 15~20%에 해당하는 4개 지역을 그들이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카다피 '행방 묘연' = 카다피는 여전히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면서 투항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지만 그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카다피는 국영TV가 21일 밤(현지시각) 방송한 녹음연설에서 "우리는 결코 트리폴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사항전해 신의 은총으로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의 정치와 석유, 영토를 위해 싸울 시기"라면서 "나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트리폴리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다피가 어디에 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

관저인 알-아지지야 요새에 숨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이미 모처로 피신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은 "지난 12시간 동안 약 1천300명이 숨지고 5천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하면서 "과도국가위원회 대표와 직접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카다피의 주장과 달리 반군과의 물밑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 아들 생포..녹색광장 장악 = 반군은 카다피의 아들이 지휘하는 트리폴리 외곽의 정예부대를 손쉽게 격퇴하고 시민의 열렬한 환영 속에 트리폴리에 입성했다.

반군 측은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과 3남인 알-사디를 생포했다면서 카다피 정권이 몇시간 내로 붕괴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 차차남의 생포 사실을 밝혔고 국제형사재판소(ICC)도 그의 생포소식을 확인함으로써 반군이 카다피 후계자 후보 1순위였던 그의 신병을 확보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사이프는 아버지 카다피 등과 함께 민간인에 대한 불법 공격을 지시·기획· 참여한 반인륜범죄 혐의로 ICC에 기소된 바 있다.

반군은 21일 밤부터 트리폴리 도심의 녹색광장도 장악했다.

녹색광장은 내전 6개월간 카다피가 수차례 대중 연설을 하고 녹색의 리비아 국기가 내걸렸던 상징적인 곳으로 시민은 이날부터 반군 측 삼색 깃발을 흔들며 반군 측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반군과 시민들은 녹색광장에서 한데 어울려 손뼉을 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으며 일부 시민은 카다피의 사진과 리비아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반군의 수도 역할을 해 온 동부 벵가지에서도 승전보가 들리자 시민과 반군이 한데 어울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축제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 서방 각국 성명 잇달아 = 서방 각국도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머지않았다고 판단하고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카다피 정권은 분명히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도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가 목격한 트리폴리의 상황은 카다피의 종말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1일(현지시각) "오늘 밤, 카다피 정권에 대항하는 힘이 정점에 달했다"면서 "트리폴리는 독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휴가지 마서스 비니어드섬에서 성명을 통해 "카다피 정권은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리비아 국민은 보편적인 가치인 존엄과 자유는 독재자의 철권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 역시 성명을 내고 "카다피의 시대는 며칠 남지 않았다"면서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 국가위원회가 `포스트 카다피' 체제 수립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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