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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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7일부터 넷플릭스에 방영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253억이 투자된 한국 황동혁 감독이 13년을 구상하고 연출한 9회 연속 시리즈물 작품이다. 뉴스와 스포츠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혀 연속극을 보지 않는다. 얼마나 구성이 단단하고 다음 회가 궁금하던지 전편을 단번에 다 봤다.

456억을 걸고 루저가 된 사람들이 돈의 노예가 되고, 목숨을 내 던지고 생존을 걸고 벌이는 게임이다. 한국의 상황이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이 있다. 경제적 좌절감, 불평등을 그리면서 우정을 다루고, 해야 할 도리들도 터치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반전은 극의 백미를 자랑한다. 드라마는 다 픽션이다. ‘꾸며낸 얘기가 무엇이 중요하냐’라고 하면서 배안(排顔)시 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빠져 한 번도 쉬지 않고 봤으니 민초들이 호평하는 범주에서 멀리 벗어나 있지 않은 사람으로서 예외가 아님을 새삼 느낀다.

이때 “곰은 재주를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왕서방은 중국을 대칭하지 않는가. 중국 사람은 공짜로 보니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한한령으로 일명 한쥐(韓劇)가 금지된 나라이다. 문화의 우월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족하는 나라이다. 그들이 말하는 소국의 드라마가 무서워 방영 자체를 철저히 금지하고 검열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오스카상을 받은 기생충도 인터넷에서 검색하기가 불가능했다.

바로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포털이 있다. 바이두라고 칭한다. 검색 엔진 이것만 치면 중국에서 궁금한 것을 다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전에는 한국 관련 영상물은 검색 자체가 안 됐다. 이번에는 어떻게 됐는지 오징어 게임을 치면 검색이 된다. 공산당 선전선동부가 모를 리가 없다. 넷플릭스도 중국에 들어가 사업을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1억 1100만명이 보고 있으니 대도시 북경 상해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19억 6000만 회가 넘는 해시태그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네티즌들의 토론도 활발하다. 언론에도 관련 기사가 넘친다. 인터넷 통제 ‘사이버 만리장성’을 설치해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를 접속할 수 없다.

가설 사설망 VPN을 통해 우회해 미국 사이트에 접근해 불법 스트링 사이트에 올려놓은 것이다. 60여개의 불법 사이트에 올려져 한 푼도 안 내고 중국 사람들이 보고 있다. 물론 불법 유통의 최대 피해자는 OTT회사 넷플릭스가 첫째고 한국이 둘째가 될 것이다. 불법을 알면서 용인하고 있는 공산당 정부가 더 문제다. 너무 애국주의 민족주의만 강조된 영화나 드라마만 보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약간의 숨통을 터주는 교묘한 선전 선동 전술을 가미하고 있다.

최근 국뽕의 끝판왕 ‘장진호(長津湖)’가 국경절 연휴 중국인을 울려주었다. 상반된 오징어 게임 서방물이 강타하고 있지만, 이 정도는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조그만 구멍이 터져 큰 댐을 붕괴시키듯이 공산당이 생각하는 대로 갈지는 미지수이다. 소득 1만 달러가 2만 달러가 되고, 생각들이 더욱 다양해지고 행동하는 그날이 올 때가 분명 점점 중국도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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