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 배전. 배전은 일반인들이 절을 하면 참배하는 곳이다. 공물을 바치고 들어갈 수 있는 본전은 배전 뒤쪽에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야스쿠니 신사 배전. 배전은 일반인들이 절을 하면 참배하는 곳이다. 공물을 바치고 들어갈 수 있는 본전은 배전 뒤쪽에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7일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다만 한국과 중국 등의 외교관계를 의식해 직접 참배는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NHK와 지지통신 등은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例大祭, 제사)가 시작된 이날 ‘마사카키(眞신<木+神>)’라는 공물을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신단이나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상록수의 일종)를 말한다.

도쿄 지요다(千代田)에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 6천여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90%에 가까운 213만 3천위가 태평양전쟁(1941년 12월~1945년 8월)에서 숨진 이들이다.

특히 일제 패망 후 도쿄 전범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을 거쳐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의 7명과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 총독 출신인 고이소 구니아키(小磯國昭, 1880∼1950)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을 이끌었던 A급 전범 14명도 1978년 합사(合祀) 의식을 거쳐 야스쿠니에 봉안됐다.

이 때문에 야스쿠니신사는 전범의 영령도 모아놨기 때문에 일제침략으로 고통을 겪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는 좋지 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하다.

기시다 총리는 추계 예대제 기간(17~18일) 야스쿠니신사에 직접 참배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전임자인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도 재임 중 태평양전쟁 종전일(8월 15일)과 춘계 및 추계 예대제 때 직접 참배 대신 공물 봉납을 선택한 바 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2차 집권 이듬해인 2013년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때문에 이후에는 재임 중 공물만 공납했다. 하지만 퇴임 이후에는 매번 직접 참배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2021.10.08.
[도쿄=AP/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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