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디즈니+ 코리아 미디어데이’의 연사로 참여한 오상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가 디즈니+의 한국 진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디즈니+) ⓒ천지일보 2021.10.17
지난 14일 ‘디즈니+ 코리아 미디어데이’의 연사로 참여한 오상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가 디즈니+의 한국 진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 디즈니+) ⓒ천지일보 2021.10.17

넷플릭스와 다른 길 걷겠다는 디즈니+

기자 간담회서 한국과의 ‘상생’ 강조

엇갈리기만 하는 정부와 토종 OTT

티빙, 18일 글로벌 진출 전략 공개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한국 서비스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는 다른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으로 대박을 터트린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등장으로 국내 시장 잠식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OTT의 연합, 정부 지원 등 이를 대항할 방안 마련은 구체적인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디즈니+, 말뿐인 상생일까 진짜일까

최근 세금 회피 논란, 수익 분배 문제, 망 사용료 갈등 등으로 몸살을 앓는 넷플릭스를 겨냥해 디즈니+가 차별화 전략을 꾀했다. 바로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한 이미지메이킹이다.

지난 14일 월트 디즈니 컴퍼니(디즈니)는 APAC 콘텐츠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디즈니+에서 즐길 수 있는 글로벌 및 아태지역 콘텐츠, 지역별 언어로 제작된 콘텐츠 라인업을 선보였다. 또한 오상호 디즈니 코리아 대표, 제이 트리니나드 디즈니 아태지역 DTC(Direct-to-Consumer) 사업 총괄, 김소연 디즈니 코리아 DTC 총괄이 한국 시장 비즈니스 방향 및 마케팅 전략에 대해 밝혔다.

지난 14일 제이 트리니나드 디즈니 아태지역 DTC(Direct-to-Consumer) 사업 총괄이 한국 시장 비즈니스 방향 및 마케팅 전략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제공: 디즈니+) ⓒ천지일보 2021.10.17
지난 14일 제이 트리니나드 디즈니 아태지역 DTC(Direct-to-Consumer) 사업 총괄이 한국 시장 비즈니스 방향 및 마케팅 전략에 대해 밝히고 있다. (제공: 디즈니+) ⓒ천지일보 2021.10.17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2위인 웨이브와도 큰 점유율 차이를 보이며 선두에 있다. 연내 여러 화제작과 더불어 역대 최고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을 내놓으면서 1위 사업자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오징어 게임’의 흥행이 넷플릭스와 관련된 논란을 더욱 부각하는 데에 일조했다. 제작비를 크게 상회하는 흥행 수익은 제작사와의 수익 분배 논란을 만들었다. 또 국내 통신 기업과 빚고 있는 망 사용료 갈등이나 세금 회피 의혹 등 돈과 관련된 문제를 더욱 커 보이게 만들었다. 이달 초 국정감사장에도 출석한 넷플릭스는 이 세 가지 문제로 집중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날 디즈니+에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흥행 수익 분배에 대한 질문에 김소연 상무는 “최근 한국 시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우리가 준비하는 작품마다 계약 내용이 제각각”이라면서도 “파트너와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답했다. 오상호 대표도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과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내 다양한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력해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망 사용료’에 대한 질문에 제이 트리니다드 GM은 “지난 25년 동안 디즈니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길 원한다”며 “망 사용료 이슈 또한 한국의 파트너 통신사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1심에서 지난 6월 패소했지만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고 SK브로드밴드는 반소로 대응했다. 또 넷플릭스 한국 법인은 작년 국내 매출액 4154억원 중 77.1%에 해당하는 3204억원을 본사 수수료로 지급해 영업이익률이 2.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세금 회피 논란이 불거졌으며 국세청이 지난 6월 세무조사를 진행해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넷플릭스는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넷플릭스 로고와 SK브로드밴드 로고. (제공: 각 사)
넷플릭스 로고와 SK브로드밴드 로고. (제공: 각 사)

◆연내 토종 OTT 대항 방안 나오려나

국내 OTT들은 이 상황이 달가울 리가 없다. 웨이브·왓챠·티빙 등 OTT 업체뿐 아니라 통신사인 KT까지 올해 초부터 대박을 기원하며 콘텐츠 투자액을 일제히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대박이 난 건 넷플릭스였다. 게다가 디즈니+의 국내 출시까지 임박했다.

하지만 국내 OTT도 계속해서 발버둥을 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OTT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을 토대로 해외 진출 방향을 검토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장 티빙은 오는 18일 독립 출범 1주년을 맞아 미디어 데이를 열고 지난 1년의 성과를 조명하고 미래 전략을 소개한다. 강호성 CJ ENM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정경문 JTBC스튜디오 대표까지 참석하며 경영 성장지표 및 비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전략 등을 공개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이날 글로벌 진출 전략까지 공개된다는 것이다.

정부도 국내 OTT가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대처는 미적지근하다. 국내 OTT는 당장 시장의 주도권을 영영 빼앗겨버릴까 하는 급한 마음으로 발을 구르지만 정부는 여러 부처가 나뉘어 OTT에 대한 규제와 법적지위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처 간 OTT에 대한 논의를 연내 마무리하고 토종 OTT 연합과 해외 진출까지 빠르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OTT 정책협의회(OTT 정책 조율과 육성 협력 강화를 위한 범부처 협의회)’가 연내 다시 열릴 순 있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출범 이후 이미 진행된 두 차례 회의에서도 뚜렷한 결과가 나온 적은 없었기에 OTT가 큰 기대를 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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