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청년들의 폭동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8일(현지시각) 남부 크로이돈에 있는 가게가 불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버밍엄ㆍ리버풀 등 전국으로 확산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영국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폭동이 일어난 지 사흘째인 8일(현지시각) 영국 전역으로 폭동이 확산되고 런던 시내 곳곳에서 차량 방화와 상가 약탈 행위가 자행되고 있으나 경찰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무법천지의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런던 곳곳에서 지난 6일과 7일 청년들의 폭동과 약탈 행위가 이어진 가운데 8일에도 런던 동부의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해크니 메어스트리트에서 진압 경찰과 청년들 사이에 대치상태가 벌어지는 등 경찰과 청년들의 충돌이 이어졌다.

경찰은 이날 길가에서 불심검문을 벌였고 이에 반발한 수십 명의 청년들이 몰려들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청년들은 경찰 차량과 버스를 향해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경찰 차량과 길가에 주차된 차량 및 쓰레기통 등에 불을 질렀다. 일부 청년들은 상점 창문을 부수고 집기와 물품을 약탈했다.

런던 동부 그리니치 인근 레위샴 지역과 인근 페컴 지역은 폭도들의 방화로 상가 건물이 전소하고 거리 곳곳에서 차량 방화가 잇따랐다.

진압 경찰은 주로 도로를 차단한 채 경찰견을 동원해 해산작전에 나섰으나 청년들은 좁은 도로를 돌아다니며 폭력 행위를 지속했다. 이들은 두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규모 그룹 단위로 블랙베리 스마트폰 문자메시지(SMS)와 트위터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신속히 집결했다 흩어지는 식으로 경찰과 숨바꼭질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동은 이제 버밍엄과 리버풀, 브리스틀 등 런던 외 주요 도시들에서도 일어나면서 전국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양상이다.

이날 밤 영국의 두 번째 대도시인 잉글랜드 중부 버밍엄 중심가에서도 청년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경찰서 한 곳에 방화를 하는 등 폭동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버밍엄 경찰은 지금까지 폭동 가담자 등 8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북서부 항구도시 리버풀의 남부에서도 청년들이 차량 수 대에 불을 지르고 건물을 습격해 경찰이 대응에 나섰으며, 남서부 항구도시 브리스틀에서도 폭도 150여 명이 시내 중심가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이 진압에 나섰다.

이번 폭동은 4명의 자녀를 둔 마크 더건(29)이 지난 4일 토트넘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이 발단이 됐다.

아직 정확한 사건 경위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경찰은 더건이 탑승한 택시를 세우고 4발 이상의 총탄을 쏜 것으로 알려졌고, 더건은 총탄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 지역 주민들은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더건이 숨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더건이 숨진 토트넘 지역과 주변 해크니, 브릭스톤 등은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낙후된 곳으로 우범지대인데다 인종 간 대립과 경찰에 대한 반감이 큰 지역이다.

지난 1985년 10월에도 한 흑인 여성이 경찰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심장마비로 숨지고 토트넘 경찰서 앞에서 흑인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지면서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 경찰 1명이 숨지는 등 런던에서 발생한 최악의 폭동으로 기록됐다.

이번 폭동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정부의 긴축정책과 실업률 상승 등으로 살기가 어려워진 청년들의 불만이 과격한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건의 약혼녀 시몬 윌슨은 “폭동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 폭동은 이제 더건 사건과 더 이상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처음 토트넘에서 시위가 일어나던 6일 밤 평화적 시위가 점차 폭력적 양상으로 변할 당시 시위대는 500여 명으로 불어났지만 출동한 경찰은 100여 명에 불과해 시위대의 과격 행동을 차단하지 못해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밤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는 경찰의 총격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폭동으로 번지면서 경찰 차량과 이층 버스, 상가 등이 불에 타고 상점에 대한 약탈 행위가 시작됐다. 7일 밤에도 런던 북부 엔필드와 월섬스토, 월섬 포리스트, 이슬링턴과 런던 남부 브릭스톤 지역에서 경찰 차량에 대한 투석 공격과 상점에 대한 약탈이 이어졌다.

경찰은 이틀간 모두 215명을 체포해 25명을 기소했으며, 이번 시위로 경찰관 35명이 부상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상황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은 8일 휴가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으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이날 밤 휴가를 중단하고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도 9일 휴가지에서 돌아와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무정부주의자들이나 거처가 일정하지 않은 청년, 범죄조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무분별한 폭력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판단하고 현장에서 확보한 폐쇄회로 TV 화면을 공개하는 한편 부모들에게 10대 자녀들과 접촉해 귀가시킬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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