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은행설립’ 빙자 발기인대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기독교은행 설립 출자금 명목으로 목사와 신도 등에게서 23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한국사회복지뱅크 대표이사 강모(65) 씨 등 2명을 기소했다. 강 씨 등은 작년 11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발기인대회까지 열며 사람들을 속였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강보영 목사 구속기소… 목사‧교인 돈 가로채

[천지일보=손선국 기자]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을 동원해 무려 23억여 원을 가로챈 ‘기독교은행 설립’ 움직임이 검찰 수사 결과 사기극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교계 한 언론사에서 기독교 은행을 세우겠다며 미자립교회 목사와 교인들을 상대로 투자금을 걷어 가로챈 ‘한국사회복지뱅크’ 사례를 단독고발‧보도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신유철)는 “그라민은행을 모델로 한 기독교 사회복지은행을 만들겠다”며 목사와 신도 284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23억 8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사회복지뱅크 대표 강보영(65) 목사를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가 빈곤퇴치의 일환으로 1983년 법인으로 설립했으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액대출은행이다.

강 목사가 기독교은행 설립 추진한 것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7000여 명이 모인 ‘발기인 대회’를 성대하게 치르면서부터다.

한국사회복지금융설립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행사를 주최한 강 목사는 “기존 은행을 인수하거나 새 은행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자본금 1조 5000억 원 규모의 제1금융권 기독교은행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사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명예회장 엄신형 목사와 성공21 서울협의회 장석구 대표회장 등 보수 기독교계 인사도 귀빈으로 참석해 “기독교은행 설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대회에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거나 은행 설립을 명분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건 위법”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를 진행했다.

검찰 조사 결과 강 목사는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의 배경을 이용하기 위해 상금·헌금·교통비 명목으로 이들에게 100만~1억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신용불량자인 강 목사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새소망교회를 운영하다가 임대료를 내지 못해 지난해 5월 쫓겨난 뒤 이런 사기 행각을 구상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종교를 빌미로 한 ‘신 변종 금융사기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강 목사가 일부 목사들을 포섭해 주식판매에 나섰고 ‘전세자금과 교회건축 자금을 지원한다, 사전에 주식을 구입한 교회들에 우선 대출권을 주겠다’는 등 재정적으로 열악한 교회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런 목사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목사가 됐는지 그 자질이 의심스럽다며 신학교의 교육기능 부실을 꼬집었다.

가나안교회 최경모 목사는 “요즘 가짜 목사도 참 많은 것 같다. 신학교에서 아무 목사나 배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참다운 신학교는 그저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목사이기 전에 먼저 ‘온전한 사람’으로 양육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또 “목사도 사람이기에 항상 죄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세상 욕심을 날마다 절제하고 진정으로 회개한다면 건전한 인성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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