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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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다양한 강의가 유튜브를 통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즘은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시대에 걸맞게 관련 강의가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산업적 혜택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업에서의 주목으로 단연 인기도 높고, 이에 강사들도 다채로운 강의로 관심을 끈다. 메타버스란 용어는 1992년 2월에 닐 스티븐슨이 발표한 스노우 크래시 SF소설에서 등장한 가상공간 서비스에 붙여진 이름이며, 2천년에 등장한 세컨드 라이프와 2020년 발매돼 폭발적 인기를 누린 동물의 숲도 대표적인 메타버스 사례이다.

가상세계는 현실세계가 아니다. 영국 작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은 말했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써 온 가면을 너무 완벽하게 유지하다보면 곧 그 가면이 진짜 모습이 돼 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에서는 거액으로 Oculus기업을 인수해 VR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회의 서비스를 개설하며 5년 내 메타버스 대세론을 발표했고, 펄어비스와 로블럭스, 마인 등에서는 게임형태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회의 업무형태로 게더타운에서는 회의를 하기도 하고, 해외 유저가 9할을 차지하는 네이버 제페토에서는 현대차 시승회나 대선주자 선거운동을 하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의 팬 사인회도 열리며, 명품 구찌가 등장해 값비싸게 가상세계에서 코인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PC라는 제한된 구역에서 1999년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처럼 번졌던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후 모바일이라는 장벽에서는 이겨내지 못했다. 지금은 모바일에서도 구현이 가능해 특히 동물의 숲에서는 중국 우산혁명이나 미국 대통령 정치 선거에 활용되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디지털 인증인 NFT를 활용하여 Everydays The First 5000Days이란 디지털 아트, 예술작품이 한화 750억원으로 낙찰돼 주목을 받았다.

어느 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메타버스와 관련한 지식재산권 중 우선 상표를 살펴본다. 현실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던 상표를 가상 세계에서 무단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상표권 침해일까? 미국기업 AM제너럴은 자사 차량의 상표인 험비를 게임회사인 액티비전에서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상표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지방법원의 조지 다니엘스 판사는 게임사는 게임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예술적 목표로 사용한 것이며, 현대전을 묘사한 게임에 실제 군용 차량이 등장하는 것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특히 AM제너럴은 험비를 군대에 판매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액티비전은 현실적인 전쟁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므로 서로 경쟁할 여지도 매우 적다는 점을 들어 기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불특정 다수가 AM제너럴의 험비와 액티비전 험비를 시청각적으로 볼 때 오인하거나 혼동의 소지가 있다면 상표권이 발동될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이 아니라, 가상 세계의 물품이지만 현실 세계의 나이키 운동화인지 가상 세계의 나이키 운동화인지 헷갈리고, 실제로 나이키 기업이 가상 세계에서 사업주체자 상표와 동일한지 짝퉁인지 불특정다수가 오인하거나 혼동하게 되면 상표권 침해 분쟁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무단으로 유명하거나 저명한 상표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정식으로 상호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둘째,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를 살펴보면 가슴에 직접 와 닿는다.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 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상품을 판매, 반포 또는 수입, 수출해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특히 타인의 상품을 사칭하거나 상품 또는 그 광고에 상품의 품질, 내용, 제조방법, 용도 또는 수량을 오인하게 하는 선전 또는 표지를 하거나 이러한 방법이나 표지로써 상품을 판매, 반포 또는 수입, 수출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나아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도 해당돼 배상하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골프장의 골프코스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 창작성을 갖추고 있지만 그 저작자는 건축주가 아니라 설계자이고,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만든 골프코스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용 3D영상을 제작해 무단 사용함으로써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셋째, 특허 해당 여부를 살펴보면,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한 차별화된 기술을 BM특허로 받으려는 시도가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0년 메타버스 환경에서 호스팅하기 위한 장치 및 방법이 특허됐고, 2009년 미국 산타페 소재 기업의 MMOG 게임 플랫폼, 그리고 IBM의 특허를 보더라도 2014년 비대면 교육 플랫폼과 2018년 게임 플랫폼에 관련한 특허를 볼 수 있어 게임이나 비대면 교육 플랫폼의 구축에 있어서 선행 특허를 제대로 조사해보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며, 이를 회피하거나 차별성을 부각시켜 핵심특허를 개발해 나가거나 크로스라이선스 또는 독점 라이선싱 계약 등 특허전략에 심혈을 기울이는 게 좋겠다.

특허청 통계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련 특허 및 상표 출원이 증가하고 있다.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아바타를 만들어 몇 번의 인생을 살려는 욕구가 존재하며, 내가 나서기 부끄러우니 아바타로 대체해 무명으로 소통하길 원하고, 기업에서는 참여한 유저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욕구들이 빚어내는 메타버스의 세계. 앞으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의 발달로 경제, 문화, 오락, 쇼핑에서 새로운 혁명이 발생할 것이며, 메타버스 플랫폼 등 새로운 초연결 상품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즈음에 기업에서는 법과 제도를 잘 활용하고 접목하게 되면 각광받는 최선의 상품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겠다. Have a Very Big 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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