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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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객 가족들이 모여든 명절 연휴 밥상머리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는 정치 이야기였다. 올 추석에는 여기에 코로나19 화제까지 더 추가됐던바,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그 영향으로 경기마저 어려워진 데다가 소비자 물가가 올랐으니 서민들이 살기 힘들게 됐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도 잠시 끝나고 나면, 관심은 20대 대선으로 이어지는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대선 주자 경선이 진행 중이고 언론보도마다 대선 주자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넘쳐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추석 연휴 화젯거리로써 회오리바람이 예상됐다. 하지만 여기에 조성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회동이 알려지는 등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정작 키맨인 손준성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넘겨주었는가에 대한 의혹은 오리무중이다. 그런 사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된 역대급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마저 터져 나왔으니 대선주자 당사자 간, 또 여야가 물고 물리는 한판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에 빠져든 것이다.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 건은 국민의힘에서 고발한 상태니 절차에 따라 진행되겠지만, ‘고발 사주’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대검찰청 감찰부, 서울중앙지검까지 나서서 의혹과 관련된 수사 또는 조사에 착수해 판이 커졌다. 특히 공수처에서는 지난 10일 윤 전 총장과 손준성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이밖에 고발장에 기재된 미공개 정보들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들을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혐의가 드러나지 아니한 윤 전 총장을 서둘러 피의자로 몰았다는 비판과 지적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고발 사주’ 의혹에서 키맨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자신은 고발장을 작성해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관련성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압수수색 영장에 “손준성 검사가 성명불상의 검사에게 고발장을 작성하고, 관련 증거를 취합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을 적었던바, 그 사실이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번 의혹 사건이 야권 유력한 대선 주자가 관련(?)됐다는 고발장이 있으니 대선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시일 내 마무리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공수처뿐만 아니라 대검찰청, 중앙지검이 별도로 수사하면서 중복수사가 되고 있으니 의혹 사건의 결론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서 윤 전 총장이 손 검사를 시켜서 고발장을 만들었다는 등 내용으로 여론전을 확산시키고 있는 데 반해, 윤 전 총장은 “본인은 무관하다”며 정치공작임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손 검사를 대검에 인사발령시킨 것은 추 전 장관이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그렇지만 추 전 장관은 손 검사가 ‘윤의 사람’이라며 공격까지 했는데, 일은 엉뚱하게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져 추 전 장관 스텝이 꼬이고 말았다.

추 전 장관은 얼마 전 열린 민주당 경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청와대도 손준성 검사를 비호했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당시 이낙연 후보가 “문제가 있는 사람(손 검사를 지칭)을 왜 인사조치하지 않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바, 추 후보는 유임 로비가 있었다며, 당과 청와대 안에서 손 검사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답변이다. 이 말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치는 정치권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청와대를 끌고 들어가지 말라고 추 전 장관에게 경고까지 했다. 그렇다면 추 전 장관이 손준성 검사가 윤 전 총장 측근이라는 말은 성립이 안 될 것이다.

또 손 검사가 검찰총장의 참모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인사발령이 난 시기는 2020년 1월 23일이다. 이때는 검찰인사를 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격한 대립을 보이던 때였는데, ‘윤석열 라인 학살 인사’라는 말까지 나돌았던 시기에 검찰총장 최측근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배려해 인사했다고 보기 힘들다. 또 법무부의 직제 개편으로 수사정보정책관이 수사정보담당관으로 보직 명칭이 변경됐고, 손 검사의 유임이 결정된 시기는 2020년 9월 3일이다. 손 검사에 대해 첫인사와 유임 제청까지 모두 추 후보가 한 것인데 유임 배경들을 밝히지 않으면서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의문점이 따른다.

‘고발 사주’ 의혹이 ‘제보 사주’ 의혹으로 번져나는 시기에도 추 전 장관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후보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다분히 개인적 선거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또 하나의 자책골이다. 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도 수긍하겠지만 진중권 전 교수의 “추미애가 윤석열 선거운동 다해 준다”며 거든 말이 압권이다. “잘 키운 미애 하나 열 캠프 안 부럽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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