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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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시 대선 레이스가 숨 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주말의 호남 경선을 앞두고 쫓고 쫓기는 레이스가 꽤 볼만하다. 특히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추석민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판세를 흔드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차피 민주당은 본선경쟁력 중심의 인물로 대세가 형성된 상태다. 게다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은 내용이 복잡한데다가 이재명 지사가 연루됐다는 뚜렷한 근거도 아직 없다. 그저 쫓는 사람들의 무차별적 정치공세가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지난 19일 이 지사가 1원이라도 받았다면 모든 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정면돌파 의지가 더 돋보였다. 따라서 사건은 간단치 않지만 그것이 이 지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만큼의 악재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에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는 예상과는 달리 민주당 보다 더 치열해 보인다. 당초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는 이렇다 할 관심의 대상이 되질 못했다. 검찰총장 재직 때부터 압도적 1위를 지켜온 윤석열 독주가 워낙 강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전 총장 외에는 다른 대안도 잘 보이질 않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갑자기 사퇴를 한 뒤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배경도 이것일 게다. 하지만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가 속도를 내면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윤석열 독주가 흔들리고 제2, 제3의 인물들이 급부상하거나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하나만 짚어보자.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화면접으로 조사한 결과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이 18.8%, 홍준표 의원이 14.8%의 지지율을 보였다. 2.7%를 얻은 유승민 전 의원이 3위를 기록했다. 다시 말하면 윤 전 총장의 하락세와 홍 의원의 추격세가 맞물리면서 4.0%포인트의 오차범위 내까지 격차를 좁힌 것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TV토론회가 열리면 언제든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범위까지 간 셈이다. 이쯤에서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면 요동치는 야권 대선 레이스의 판세를 읽는 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야권 대선 레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반사효과’의 후광이 너무 강렬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양당체제를 또 그 연장에서 ‘반문 깃발’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라 하겠다. 그리고 후광을 입은 후보가 무너지면 또 그 반사효과로 다음 후보에게 후광이 쏠리게 된다. 물론 다음 후보마저 무너지면 또 그 다음 후보로 후광이 모아질 것이다. 물론 이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레이스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런 경향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지난 4년 동안 ‘반문 깃발’ 외에는 무엇 하나 뚜렷하게 손에 쥔 것이 없는 제1야당, 국민의힘이 자초한 ‘운명’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렵지 않은 추론이 가능하다. 윤석열이 무너져야 홍준표가 살고, 홍준표가 무너져야 유승민이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반사효과가 빚어낸 반문 후보의 ‘바통 잇기’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각 후보들의 정책이나 자질, 품격 등의 요소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국민의힘 대선 주자를 선택할 때 그런 요소들을 놓고 고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윤 전 총장의 압도적 1위를 설명할 수가 없다. 윤 전 총장은 그저 문재인 정부와, 더 구체적으로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싸우고 또 싸우면서 ‘반문 전사’로 각인됐을 뿐이다. 그래서 반문 진영의 대표 주자가 됐을 뿐이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직을 버리고, 곧바로 대선에 뛰어들어도 괜찮았다. ‘반문 깃발’ 아래 뭉치는 데 거기에 무슨 사족이 필요했겠는가. 오직 내편과 네편이 있을 뿐이었다.

이제 두 번째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자. 과연 윤석열 전 총장이 ‘고발사주 의혹’이나 당내 TV토론회 등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것이 쉽지 않다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홍준표 의원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홍 의원의 잠재력도 녹녹치 않았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홍 의원이 생각보다 더 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홍 의원이 아니라 윤 전 총장이다. 윤 전 총장이 고발사주 의혹의 피해자가 되거나 TV토론도 생각보다 선전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홍 의원의 추격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반사효과는 한 곳으로 집중될 뿐 쉽게 분산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 하나만 더 짚어보자.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이 점점 추락한다면 대신 홍준표 의원이 우뚝 설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럴 경우에도 홍 의원의 지지율 1위는 그대로 계속 굳건할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익히 알다시피 홍 의원의 리스크는 너무 많다. 본선 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특히 중도로의 외연확대는 최대 약점이다. 정치적 이미지가 고착화된 홍 의원이 이를 돌파하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 ‘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다시 홍준표의 대안을 찾을 것이다. 그 때는 불가피하게 유승민 전 의원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권 내 지지율 3위일 뿐만 아니라 홍준표 대안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도로의 외연확대는 홍 의원을 넘어설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이런 추론대로 전개되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최종 경선일인 11월 5일까지는 기껏해야 40여일 남았을 뿐이다. 다만 반사효과의 후광은 대체로 빨리 찾아오고 또 빨리 사라진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윤석열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 홍준표의 본선 경쟁력 그리고 유승민의 ‘다크호스’ 가능성이 야권 대선 레이스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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