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삼 미술품복원연구소장

▲ 김주삼 미술품복원연구소(art C&R) 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손상된 작품 치료해주는 아트 닥터
수 억 대 호가하는 작품도 마다 않아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사람이 아플 때 의사가 치료해주듯 미술 작품에 이상이 생기면 미술품 복원가가 치료를 해준다. 흔히 미술품 복원가를 가리켜 ‘아트 닥터’라고도 부른다.

복원은 작품이 색을 잃고 찢어지거나 부서져 가치가 떨어졌을 때 훼손되기 전 상태로 재생시키는 작업이다. 전시관에 진열된 작품대부분은 복원가의 손을 거친 덕분에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서울 평창동 한적한 곳에 위치한 미술품복원연구소(art C&R)에서 복원가 김주삼 소장을 만나 작품의 보존과 복원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술품 복원가가 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김 소장은 처음부터 복원하는 일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워낙 좋아해 대학교 재학 시절 교내 미술 동아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다.

“지금은 폐간된 <계간 미술>에서 ‘국내 작품을 일본에 의뢰해 복원했다’는 기사를 보고, 복원가야말로 나의 열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이후 파리1대학 미술품 보존복원학과에 입학해 다양한 이론과 실습을 통해 보존과 복원을 익혔다. 미술관과 공방을 오가며 복원된 미술작품들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복원은 파손된 대상물의 최초 용도보다는 원형 보존을 위한 조치를 말합니다. 의사가 환자의 상처를 치료해서 건강해지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끼는 것처럼, 복원가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작품을 보면 뿌듯합니다.”

김 소장은 미술품도 문화재라고 보고 있다. 문화재는 인류가 과거에 만들어 현재에 전한 문화적 대상물이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가 1495년부터 3년에 걸쳐 완성한 그림 ‘최후의 만찬’도 지금은 문화재의 범주에 속한다. 이 그림은 인위적으로 훼손돼 수정ㆍ복원된작품이다.

문화재는 인위적, 자연적, 재료ㆍ기법 등의 피해로 훼손된다. 온도ㆍ습도ㆍ빛ㆍ공기도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 요소로, 적절하게 적용되지 못하면 부패하거나 작품의 가치를 떨어트린다.

그는 “당시에 만들어진 의도와는 다르게 전시ㆍ교육 등으로 용도가 변한 것이 문화재라면, 미술품도 하나의 문화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이라는 책을 저술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논리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 이인성 作 ‘복숭아’ 복원 전(왼쪽)과 세부 복원 후(오른쪽) (사진제공: art C&R)

“‘문화재 보존과학’이라는 말 많이듣죠? 얼핏 듣기에는 꽤 있어 보이는 말 같지만, 따져 보면 보존과 과학은 너무 다른 의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혼용해 불리고 있는데 보존과학과 보존처리는 다른 영역이에요.”

그의 말에 따르면 보존가가 유물을 알고 연구를 해도 정확한 과학적 결과를 내기에는 부족하다. 과학자가 연구해 정확한 데이터를 내는 것이다.

문화재 보존연구는 지금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문화재 보존과학’의 범주 안에서 말이다. 그는 “발굴ㆍ보존가의 전문 지식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심층 분석할 수 있는 복원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밀한 복원 작업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근현대 미술품은 작품에 쓰인 재료부터 다르기 때문에 신소재가 사용된 손상품의 처리는 복원하기 위한 연구 시간·재료 등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고미술품 복원을 전공한 그에게는 오래된 작품의 복원이 훨씬 수월하다.

“훼손된 작품을 보면 상품성있게 만들어줘야 하는지 손상이 가더라도 원래 모습을 재현해야 하는지 보게 됩니다.”

60~70년대만 하더라도 상품성에 중점을 두고 복원이 이뤄졌다. 미술품이 대표적이다. 그는 “진정한 복원은 원작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만이 복원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일반인들이 감히 만져 볼 수도 없는 피카소, 고흐 작품 등 수억 대를 호가하는 작품을 바로 코앞에서 냄새를 맡고 손으로 만진다. 대단한 특권이다. 또한 복원 작업을 하면서 작가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작품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술사나 미학을 하는 사람들은 그 작품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본다면, 미술품 복원가는 완성에 이르는 과정을 보며 시대를 보는 통찰력을 기릅니다. 이것이 미술품 복원가로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