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귀경객, 예년보다 적고 지난 명절보단 많아

부모님만 만나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

코로나명절, 간소화된 제사·음식 고착화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윤혜나 인턴기자] “백신 접종 덕분에 지난 설 명절보단 조금 안심됐지만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고향집에서 어디 나가지 않고 부모님만 보고 왔어요.”

전 국민 백신 1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선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2번째 맞는 추석 연휴를 대구에서 보내고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김진경(가명, 23)씨가 이같이 말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지방 곳곳에서 출발한 고속버스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속속 도착하자마자 귀경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터미널 내 도착장에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백팩을 메거나 종이가방을 들고 저마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들로 북적였다. 대합실 좌석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IC 부근 상하행선에서 차량들이 정체를 빚으며 서행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귀경 방향 정체가 오후 4~5시에 절정에 이르렀다 오후 10~11시경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후 2시 기준 승용차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에서 출발할 경우 서울요금소까지 예상소요시간은 5시간 50분이다. ⓒ천지일보 2021.9.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IC 부근 상하행선에서 차량들이 정체를 빚으며 서행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귀경 방향 정체가 오후 4~5시에 절정에 이르렀다 오후 10~11시경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후 2시 기준 승용차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에서 출발할 경우 서울요금소까지 예상소요시간은 5시간 50분이다. ⓒ천지일보 2021.9.22

이날 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에는 지난 설 명절보단 많은 수가 보였다. 가족 단위보다는 홀로 귀경길에 나선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지난 명절과 달리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고향으로 다녀왔다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만 2000명 안팎에 많은 확진자 수가 발생하면서 방역에 대한 조심성은 여전하고 간소화된 명절 풍습이 지난 명절에 이어 지속됐다는 이들이 많았다.

고향인 대구를 다녀왔다는 김씨는 “지난 설까지 만해도 부모님이 내려오지 말라고 해서 못 갔다”면서 “워낙 수도권에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염려돼 못 갔었는데 그나마 이번에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불안감이 다소 해소돼 다녀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서울에 있다 보니 코로나 걸릴까 봐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셔서 저보고 ‘마스크 항상 써라’, ‘손 소독 많이 해라’, ‘대중교통 이용할 때 조심해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며 “잔소리 많이 들어도 오랜만에 부모님 얼굴 봬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의정부를 다녀온 이준(23, 남)씨도 “백신 접종 덕분에 큰아버지를 오랜만에 만나 뵙게 됐다”며 “올해 설날처럼 4명만 모였다면 또 못 뵐 뻔했다”고 안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김포공항에도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귀경객들로 북적였다. 부산에 거주하는 부모님을 뵙고 왔다는 최준영(29, 남)씨는 “원래 명절마다 본가에 갔었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나선 한 번도 뵈러 가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가족 모두 백신을 2차까지 맞아서 안심하고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만에 보니 어머니가 티는 내지 않아도 반가워하시는 기색이 느껴졌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향 창원을 떠나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김건희(가명, 25, 남)씨는 “평소에 코로나 때문에 위험해서 고향에 잘 가지 못했다”며 “그래도 백신도 맞았고 이전보다는 감염 위험이 적을 것 같아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취한 지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창원에 가면 ‘집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자취방보다 더 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제주도에 파견 간 남편을 보러 딸들과 함께 다녀왔다는 김숙진(가명, 47, 여)씨는 “코로나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백신도 맞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다녀왔다”며 대신 사람이 적은 곳으로만 이동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송편도 사다 먹고 간단하게 전도 부쳐 먹으면서 추석 분위기를 냈다”며 “남편 혼자서 쓸쓸했을텐데 아이들과 함께 보고 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했다.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귀경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귀경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제사·음식 간소화 코로나명절 풍습

예년처럼 가족·친지 모두 모여 제사·성묘를 드릴 수는 없지만 핵가족 단위로 시간을 보내고 귀경한 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특히 거듭되는 코로나 명절로 인해 간소화된 명절 풍습이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들이 있었다.

충북 제천을 다녀온 이지영(33, 여)씨는 “코로나19 전에는 가족·친지들 합해서 약 30명가량 모여서 제사를 지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만큼 모일 수 없으니 이번 명절에도 부모님만 찾아 뵀다”며 “큰집에서만 대표로 제사를 드려 우리 가족은 제사를 드리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사를 드리지 않으니까 일찍 고향에 내려갈 필요가 없어서 좋다”며 “또한 엄마가 음식 장만하는 데 고생을 덜하시게 되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대전을 다녀온 이숙진(가명, 30)씨도 “보통 큰집에서 제사를 드리는데 할머니가 편찮으시고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없어 제사를 드리지 않게 됐다. 핵가족화된 세대에 친척하고 유대관계가 깊지 않아 개인사를 나누는 것이 그간 불편했었다”면서 “코로나19로 적게 모이는 명절 풍습이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서울역 승강장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서울역 승강장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2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