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정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명절 가정폭력, 평소보다 60%까지 늘어

가족 간 잠재된 갈등 말다툼 등으로 폭발 

배려없는 질문이 큰스트레스 되기도

“가족이란 이유로 생각 강요해선 안돼

남과 비교하거나 힐난조 말투 피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경기 수원에 사는 30대 가장 A씨는 아내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이 시작됐다. “직장 일과 아이들 일 때문에 부담스러우니 시댁에 혼자 다녀오라”는 아내의 말에 격분한 A씨는 아내를 향해 휴대전화를 던지고 멱살을 잡다 폭행으로 신고돼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비극이 벌어진 건 다름 아닌 추석 연휴 직전이었다.

명절은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날이기도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사 분담, 부모봉양 문제부터 취업, 결혼, 학업 심지어 금연 문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가족, 친지 간 다툼이 불거지기도 한다. 여기에 과도한 음주가 더해지면 자칫 끔찍한 결말을 부를 수도 있다.

명절 기간 발생하는 폭력 등 강력범죄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절 때일수록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로 가족 간 갈등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명절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가정폭력이 발생한다. 최근 3년 간 추석 연휴 기간 일 평균 가정폭력 신고는 지난 2018년 45건, 2019년 57.3건, 지난해 45.3건 등 일 평균 49.2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명절 외 기간 일 평균 30.6건보다 60.7% 더 늘어난 수치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가정폭력은 4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명절에 가정폭력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평소 교류가 잦지 않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이면서 묻어놨던 갈등이 표출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잠재된 가족 내 갈등이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명절 기간 폭발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부터 부부, 고부까지 갈등의 범위에는 경계도 없다. 사소한 다툼이 등불처럼 번져 이혼 등 가정 파탄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문제는 가정폭력이 칼부림 등 심각한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며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충남 청양에서는 가족들과 설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향 집을 찾은 동생이 흡연을 지적하는 형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인들과 술을 먹고 귀가한 동생이 집에서 담배를 피우자 형이 “왜 집에서 담배를 피우냐”고 질책했고 말다툼을 벌이던 중 동생이 감정이 격해져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2019년에는 추석 연휴 기간 중 부산에서 남편이 부부 싸움 중 아내를 흉기로 찔러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명절 기간 가정폭력 등 사건·사고율이 평시보다 높아지면서 각 지역 경찰은 명절 연휴 기간 특별 순찰을 벌이고 있다.

가정폭력을 유발하는 가족 간 불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사생활을 캐묻는 등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말 한마디가 큰 스트레스와 가족 간 불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남과 비교하는 발언이나 힐난조의 말투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정신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는 본지와의 전화에서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자녀나 형제에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기 생각을 강요하고 피력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 비난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재산 등 지나치게 사생활을 간섭하는 질문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이어 “매일 보는 가족이라면 갈등을 풀기가 쉽겠지만 1년에 두 세번만 만나는 먼 친척의 경우 갈등의 골이 더 깊게 쌓일 수 있다”며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식 대화는 지양하고 상대방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멈추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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