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 화면) 및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 화면) 및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과 영국, 호주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대중국 견제 안보 동맹으로 평가받는 오커스(AUKUS) 발족을 발표한 이후 이들 나라의 동맹과 중국의 반발이 커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은 ‘트럼프 시대로의 회귀’라고 이를 부르며 중국은 ‘핵전쟁’까지 불사하겠다고 위협에 나섰다.

17일 BBC방송은 미국과 영국이 오커스와 관련해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은 오커스 동맹을 발표했다. 이들은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오커스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향에 대항하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존슨 총리는 오커스 발족 발표 후 하원 의원들에게 이 협정은 중국에 대항하는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전임자인 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이 협정이 영국을 중국과의 전쟁에 말려들게 할 수 있는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파트너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은 여전히 국제법을 수호할 결심을 하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가 전 세계 친구들에게 줄 강력한 충고다. 또한 베이징 정부에 줄 강력한 충고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미국은 프랑스가 호주와 체결한 77조원 규모의 잠수함 계약을 무산 시킨 이 협정에 대한 파리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호주에 최대 12척의 디젤 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이번 협정으로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대신 지원키로 했다.

유럽 지도자들에게 “미국이 돌아왔다”며 다자간 외교를 약속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오커스 발족 결정은 많은 동맹국들을 소외시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단기적으로는 EU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 독재주의에 맞선 민주주의 국가들을 통합하려는 미국의 목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과 3개월 전 대통령으로서 첫 유럽 방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시절의 대서양간 긴장을 벗어나기를 열망하는 EU 국가들로부터 영웅으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의 명백한 안도감은 이제 희미해진 채 새로운 긴장감이 자리를 대신하는 양상이다.

프랑스의 장 이브 르 드리앙 외무장관은 이번 발표에 대해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절대적이고 일방적이며 예측 불가능했던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백악관은 프랑스 정부가 이 결정이 발표되기 전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했으나, 심도 깊은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주재 프랑스 외교관들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과 프랑스 간의 관계를 축하하기 위한 축제를 취소했다. 제러드 아로드 전 주미 프랑스 대사는 “미국은 이 전략적 계약이 프랑스의 필수적인 국인임을 알았음에도 개의치 않았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은 프랑스가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라며 프랑스와 EU의 불만을 일축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프랑스의 비판을 과소평가했다. 그는 “프랑스 역시 우리를 포함시키지 않은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 관계가 있다”며 “그것이 세계 외교의 작동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EU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최우선 의제로 삼아야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오커스 발족 발표 몇 시간 만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정치, 국방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EU는 이와 관련 국제 무역 규칙을 존중하고 해상 안보를 개선하는 동시에 경제 관계를 강화하고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 전략이 해당 지역에 더 많은 유럽 해군을 배치하는 결과를 가져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맹국들이 사이버 능력, 인공지능, 다른 해저 기술을 공유하는 내용의 이 협정은 ‘확실한 전략적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고 스티븐 러브그로브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은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이 협정이 ‘지난 6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의 협력’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 협정은 호주가 세계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는 7번째 국가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한편 중국은 미국, 영국, 호주가 자국의 이익을 해칠 ‘냉전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핵잠수함 군비경쟁을 경고하면서 호주 군인들이 중국군의 반격을 받으면 가장 먼저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위협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호주가 오커스로 인해 잠재적인 핵전쟁의 타깃이 돼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며 “모리슨 총리의 야심이 호주를 재앙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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