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련회가 16일 밤 10시 사이트 운영을 중단했다.[홍콩 지련회 사이트 캡처]
홍콩 지련회가 16일 밤 10시 사이트 운영을 중단했다.[홍콩 지련회 사이트 캡처]

홍콩 경찰의 조사를 받는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단체가 경찰의 명령에 따라 모든 온라인 게시물을 삭제하면서 홍콩의 역사 지우기가 시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는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의 요구에 따라 지난 16일 밤 10시를 기해 모든 온라인 게시물을 삭제했다.

홈페이지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지련회 관련 계정에 올린 게시물이 모두 삭제됐고 해당 계정은 운영이 중단됐다.

지련회는 지난 10일 국가안전처가 일주일 내 모든 온라인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지련회는 이듬해부터 매년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파크에서 대규모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해왔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지난해 31년 만에 처음으로 촛불집회를 불허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이유로 금지했다.

이후 홍콩 경찰은 지난해 당국이 불허했음에도 촛불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지련회 관계자들을 체포·기소하고 있다.

경찰은 또한 홍콩보안법상 외세와 결탁, 국가전복 선동 혐의 등으로 지련회를 조사하고 있다.

홍콩 명보는 17일 "지련회의 각 온라인 계정에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의 사진과 영상, 유족의 증언을 비롯해 30여 년 진행한 촛불집회를 포함한 천여 개의 영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명보는 "경찰은 해당 게시물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가 불법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두야오밍(杜耀明) 전 홍콩침례대 조교수는 명보에 "경찰이 역사적 기억을 말살하기 위해 지련회에 게시물 삭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자료들은 수년간의 증언이며 사람들이 역사를 이해하는 기본 요소가 된다"며 "그 모든 자료가 삭제되면 6·4 톈안먼 학살에 대한 이해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학문을 연구하거나 시민들이 역사를 이해하고자 할 때 참고자료가 부족하다"며 "이는 학문의 자유,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명백히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반 초이(蔡子强)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 선임 강사는 "당국이 이유 없이 정보 삭제를 요구한다면 정보의 자유를 통제하고 정부의 공식 자료만 남긴 채 민간의 기억은 지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톈안먼 사건에 대한 다른 견해들이 있고 정부는 나름의 자료가 있겠으나 민간의 기억과 의견으로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권력자들이 역사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메트로폴리탄대 뤄러란(羅樂然) 조교수는 "사람들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련회 플랫폼의 정보가 없다면 다음 세대는 (톈안먼 민주화시위) 관련 정보를 덜 접하게 되고 관련 역사를 알리는 것도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최대 야당 민주당의 부대변인은 "정부는 대중이 법적 한계를 알 수 있도록 지련회의 온라인 정보가 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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