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not caption

15일 법원은 음주운전을 두 차례 연속으로 하다가 적발된 40대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운전자는 지난 2월 11일 밤 11시에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콜농도는 0.104였다.

두 시간 뒤 다시 운전을 했다. 2차 적발 때는 혈중알콜농도가 0.119였다. 두 차례 모두 면허 취소 수준을 넘었다. 음주운전이 적발돼 귀가하던 중 또 다시 음주운전을 했음에도 벌금형에 그친 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음주운전을 하면 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사고가 분명히 예측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목숨 잃은 사람이 287명이다. 일주일에 6명꼴로 목숨을 잃는다. 지지난해보다 2.7% 줄었을 뿐이다. 부상당한 사람은 10% 늘었다. 윤창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큰 변화가 없는 건 무엇 때문일까?

윤창호법 도입으로 획기적으로 형량이 강화됐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법률 제정과정에서 국회의 입김으로 윤창호법 원안이 크게 후퇴했다. 실효성 있는 형벌 규정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윤창호법 원안도 처벌규정이 약했다.

더 큰 문제는 검찰과 경찰,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힘이 강한 사람들은 가볍게 처벌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시민의 눈으로 볼 때 분명 징역형을 받아야 하는데 선고 결과를 보면 집행유예이거나 벌금형이다. 문제의 솜방망이법이 수사 단계 또는 재판 과정에서 더욱 힘을 잃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말레이시아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즉시 감옥에 수감된다. 배우자도 하룻밤 같이 감금된다. 중국은 음주운전하면 6개월 면허 정지되고 사상자가 나면 면허가 취소된다. 형사처벌 때 형량에 제한이 없다. 2012년 상하이에서는 6명을 사망케 하는 음주운전자에게 사형이 집행됐다. 중국은 영업용 차량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대만은 음주측정을 거부할 때는 75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동승자도 벌금을 47만원 물어야 한다. 5년 안에 다시 음주 운전할 때는 형광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태국은 벌금 및 징역형과 더불어 영안실과 응급실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베트남은 0%를 초과하면 무조건 벌금이다. 싱가포르는 적발시 즉시 체포된다. 상습 음주운전자는 언론매체에 신상 공개한다는 규정까지 있다. 아랍에미레이트는 음주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최대 60일 동안 차량을 압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터키는 1회만 적발 돼도 면허가 취소되고 벌금도 부과된다.

일본은 동승자는 물론 술을 권한 사람, 술을 판 사람도 처벌한다. 그래서 술집의 주인은 손님 오면 차 가지고 왔느냐고 묻는다. 호주는 운전 초보자는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안 된다. 뉴질랜드에서는 차량이 압류된다.

독일은 혈중알콜농도가 0.03을 초과하면 바로 3년간 면허가 정지된다. 프랑스에서는 0.04%를 넘으면 즉시 병원으로 보내 체혈 검사를 받게 하고 있다. 억대의 벌금이 나올 수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0.02%부터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게 되고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가중 처벌된다. 벌금은 소득에 비례해서 매겨진다. 핀란드는 한 달 월급이 압류된다. 노르웨이에서는 적발되면 3주간 구금된다.

미국에서는 음주운전자를 무기를 든 살인범과 같이 취급한다. 적발되면 바로 체포돼 수갑이 채워진다. 미국은 여러 번 반복되면 시동잠금 장치 부착의무가 부과된다. 워싱턴주는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 사고를 낸 사람은 1급 살인죄로 기소되고 50년에서 종신형까지 선고 받는다. 오하이오와 미네소타 주는 대만과 마찬가지로 형광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칠레는 0.08 넘으면 만취운전으로 분류하고 만취운전상태에서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최고 징역 10년의 처벌을 받고 면허는 영구히 정지된다.

여러 나라의 제도를 살펴봤다. 이들 나라를 거울삼아 좋은 입법이 되기를 기대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