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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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골프는 의외로 선수들의 이미지와 상징을 보여주는 별명이 많다. 별명 중에서 대표적인 건 타이거 우즈(46)이다. 타이거 우즈의 원래 이름은 엘드릭 톤트 우즈이다. ‘Tiger(호랑이)’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 얼 우즈가 어릴 때부터 그를 불렀던 별명이었다. 아버지는 ‘백수의 왕’ 호랑이의 이미지를 심어주며 골프선수로서 최고가 되라는 의미에서 별명을 부르게 됐다.

아놀드 파머(1929~2016)는 웅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로 ‘킹(King)’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으며, 잭 니클라우스(81)는 돈 로렌스라는 호주 스포츠 기자가 US오픈에서 그의 외관을 보고 황금곰이라는 ‘골든 베어(Golden Bear)’ 별명을 지었다.

니클라우스는 자신의 고등학교 마스코트도 황금곰이었다며 이 별명을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올해 미국 프로골프(PGA)서 새로 생긴 최고의 별명은 단연 ‘패티 아이스(Patty Ice)’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패티 아이스는 패트릭 캔틀레이(29)의 별명이다. 그는 지난 15일 PGA투어 2020~2021시즌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PGA 투어는 올해의 선수에 대한 회원 투표 결과, 캔틀레이가 최다 득표를 얻어 2020~2021 시즌 잭 니클라우스 어워드 수상자로 결정했다. PGA 투어 2020~2021 시즌 올해의 선수 후보로는 캔틀레이 외에 세계 랭킹 1위 욘 람(스페인)과 브라이슨 디샘보, 해리스 잉글리시, 콜린 모리카와(이상 미국) 등 5명이 올랐다.

캔틀레이는 지난해 10월 조조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올해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 8월 BMW 챔피언십을 제패했고, 시즌 최종전으로 열린 투어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라 2020~ 2021 시즌 페덱스컵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올해 페덱스컵 우승으로 보너스 1500만 달러(약 175억원)를 받았다. 한 시즌 4승 이상 기록은 2016~2017 시즌 저스틴 토머스(미국)의 5승 이후 올해 캔틀레이가 4년 만이다.

그에게 ‘패티 아이스’라는 별명이 생긴 것은 3주 전인 지난 8월 말 BMW 챔피언십에서였다.

캔틀레이는 ‘괴짜 골퍼’ 브라이슨 디샘보와 6번째 서든 데스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며 환상적인 퍼팅 실력을 보여주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마지막 4라운드 16~18번홀까지의 퍼팅이었다. 그는 9피트(2.7m) 2개를 파로 만들었고, 마지막 18번홀 20피트(6m) 퍼팅을 버디로 연결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그의 경이적인 퍼팅 퍼포먼스를 본 일부 팬들은 ‘패티 아이스’를 연호하며 환호했다. ‘패티 아이스’는 경기가 열렸던 애틀랜타 지역을 연고로 한 미식프로축구팀 애틀랜타 팰컨스의 쿼터백 맷 라이언의 애칭이었다. 관중들은 그의 이름인 ‘패트릭(Patrick)’을 차용해 여자 이름인 ‘패티’와 차갑다는 의미인 ‘아이스’를 붙여 맷 라이언의 애칭과 똑같은 별명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아이스는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한 자세로 퍼팅을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별명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는데 나에게 딱 맞는 것 같다”며 “내 성격에 잘 어울린다. 별명에 진실을 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절하게 사용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2년 프로로 전향한 캔틀레이는 2013~2014 시즌부터 PGA 투어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했으나 허리 부상 때문에 2015년과 2016년에는 잠시 투어 활동을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이겨냈다. 부상에서 복귀한 2017년 11월에 PGA 투어 첫 승을 따냈고, 2019년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2승째를 거뒀다.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1년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는 이후 10년 만인 올해 프로에서 최고의 자리에 등극했다. 골프선수로 최고에 올라섰고 새로운 별명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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