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열차에서 발사되고 있다. 북한은 이 탄도미사일이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2021.9.16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열차에서 발사되고 있다. 북한은 이 탄도미사일이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2021.9.16

北 “어제 철도기동미사일연대 훈련”

“동해상 800㎞ 표적 정확히 타격”

이동식차량 아닌 열차서 처음 발사

김정은, 훈련 불참… 박정천이 지도

세계 7번째 韓SLBM 개발… 文참관

김여정, 文에 “남북관계 파괴될 수도”

유엔 안보리 소집, 미국은 대북 규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16일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15일) 탄도미사일 발사는 철도기동대미사일연대의 훈련이었다고 밝혔다. 이동식미사일발사차량(TEL)이 아닌 움직이는 열차에서 쐈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몇 시간 뒤 우리 군이 선보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미사일 전략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관측인데, 실제로 전날 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SLBM 관련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편으론 우리의 전략무기 개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유엔이 제제 대상인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응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소집하고 미국이 대북 규탄에 나선 가운데 남북이 각각 미사일 개발을 자체 국방계획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양측 간 군비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국제사회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북한, 어제 열차서 탄도미사일 발사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어제 새벽 중부 산악지대로 기동해 800㎞ 경계의 표적 지역을 타격할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또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전했다. 미사일은 TEL이 아닌 열차에서 발사됐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되면서 열차와 주변이 화염과 연기로 휩싸이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 3월 발사한 기종과 같은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으로 파악됐다.

KN-23은 발사 후 하강 단계에서 ‘풀업(Pull-up·급상승)’ 기동을 하는 것이 특징으로, 비행 후 고도를 다시 올려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등 요격이 어렵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경제성이 뛰어난 고체연료 추진 방식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불참했고 정치국 상무위원인 박정천 당 비서가 훈련을 지도했는데, 박 비서는 “당의 군사전략전술 구상에 맞게 성과적으로 진행됐다”면서 “전쟁억제력 강화에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올해 제8차 당 대회를 계기로 조직한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훈련과 열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도기동 미사일체계’는 옛 소련에서 개발해 운용한 발사 체계와 유사한데, 정차하거나 달리는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체계다. 북한은 현재 궤도형 및 차륜형 차량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TEL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북한이 열차를 발사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TEL과 SLBM에 더해 또 하나의 새로운 발사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기동의 신속성과 임의성, 동시다발적‧선제적 타격능력 등의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전술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전국 각지에서 분산적인 화력 임무 수행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타격을 가하겠다는 것인데, 사실 전쟁 시 철도가 끊어지면 무용지물이라 전략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오늘 낮 12시 34분께와 12시 39분께 북한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약 800㎞, 고도 60여㎞로 탐지됐다. (출처: 연합뉴스)
1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오늘 낮 12시 34분께와 12시 39분께 북한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약 800㎞, 고도 60여㎞로 탐지됐다. (출처: 연합뉴스)

◆SLBM 잠수함 발사시험 성공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은 우리의 SLBM 등 미사일 전력 무기체계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미국과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과도 격차가 커 그만큼 군비경쟁에서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날 우리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충남 태안 안흥종합시험장에서 SLBM을 비롯한 다양한 미사일 전력을 선보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와 군 인사들과 함께 미사일 시험발사 과정을 참관했다.

ADD가 공개한 전력은 SLBM,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초음속순항미사일 등 3종이다. 이들 무기는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을 견제하는 전략 무기로 손꼽힌다.

국방부에 따르면 SLBM은 지난 8월 13일 해군에 인도된 도산안창호함(3천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됐고, 계획된 사거리를 비행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명중했다.

잠수함 발사시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 SLBM 보유국이 됐다. 북한은 아직 잠수함에서 직접 SLBM 시험발사까지 마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LBM은 잠함 능력과 수중발사체계가 가지는 은밀성에다 탄도미사일이 가지는 파괴력이 더해져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 SLBM은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 장착이라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은 스텔스 설계로 만들어져 적의 레이더에 좀처럼 걸리지 않는다. 또 정밀항법‧유도 기술을 이용해 목표를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국산 전투기인 KF-21 보라매의 핵심 무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음속순항미사일은 곧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 미사일은 초음속 엔진기술, 정밀제어기술, 초고온 내열소재 등 최첨단 항공기술이 집약된 무기체계로 해상전력에 대한 접근 거부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력이다. 최근 북한이 시험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보다 2.5∼3배 정도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상국 조선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SLBM 등 새로운 전략 무기 보유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자원의 확대”라면서 “게임체인처로 평가받는 SLBM 개발 성공으로 안보역량 강화와 함께 우리 무기체계의 스펙트럼(범위)이 확장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15일 도산안창호함(3천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15일 도산안창호함(3천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여정, 文대통령 ‘北도발 억지’ 발언 비난

이런 가운데 김여정 당 부부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SLBM 개발 성공을 ‘대북 도발 억제’와 연관 짓는 발언을 문제 삼고 “부적절한 실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통령이 ‘도발’이라는 말을 마구 따라 하는 것에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자신들은 누구를 겨냥해 도발하는 게 아니라, 국방과학발전 계획에 따른 자위적 차원”이라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헐뜯는 데 가세한다면 남북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다만 “자신들은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북한은 김 부부장의 담화를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싣지 않았는데, 대화 여지를 두는 등 나름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다. 또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 소식만 매체를 통해 전했을 뿐, 우리 측의 SLBM 성공 소식은 소개하지 않았다.

문 센터장은 “김 부부장의 담화는 우리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거꾸로 자신들의 대응 전력 확보에 매우 큰 고심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일제히 우려를 표하는 한편 남북 간 군비경쟁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 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15일(현지시각)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안보리 소집을 요청한 니콜라 드 리비에르 유엔주재 프랑스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국제 평화·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국방부도 탄도미사일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북규탄 메시지를 내놨다. 앞서 전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엄중히 항의하고 강하게 비난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게다가 AP통신, 영국 BBC, 미국 CNN 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SLBM 발사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일제히 긴급 타전하고 “한반도에서 군비경쟁이 벌어졌다”고 크게 우려했다.

문 센터장은 “남북관계의 판이 완전히 깨지진 않겠지만, 남북 간 군비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동북아의 군비경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안보 딜레마인 셈인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방과업에 따른 군사력 과시 차원인 동시에 한미일 북핵수석협의, 왕이 방한 등을 겨냥한 메시지로 자신들의 입지와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모습 (제공: 유엔(UN Photo/Manuel Elias))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모습 (제공: 유엔(UN Photo/Manuel El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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