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아사히신문, 도쿄전력)
(출처: 아사히신문, 도쿄전력)

2호기 격납용기 뚜껑 측정

예상 뛰어넘는 방사선 검출

근처 있으면 1시간 내 사망

폐로작업 재검토 가능성도

 

오염물질 여과 필터도 손상

2년 전 알고도 대책 마련 無

“근본 문제는 도쿄전력 태도”

[천지일보=이솜 기자] 2011년 3월 폭발 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강력한 방사선량이 측정됐다. 이번에 측정된 방사선량은 사람이 가까이 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수준으로, 이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 처리 필터 대부분이 손상됐다는 발표에 이어 안전 위험 소식에 연이어 전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폐로 작업 과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사선량, 작년 11월 추정 뛰어넘어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전날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원자로 격납용기를 덮고 있는 뚜껑의 표면 부근에서 시간당 1.2㏜(시버트)의 높은 방사선량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격납용기는 방사성 물질이 새지 않도록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시설이다.

지난 9일 위원회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합동 조사 중에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방사선량이 폭주한 데는 뚜껑 안 격납용기에 핵연료가 녹은 데브리(덩어리)와 같은 오염원이 원인으로 꼽힌다. 차폐마개(쉴드 플러그)라고 불리는 이 둥근 콘크리트 뚜껑은 지름이 12m이고 두께는 60㎝이다. 차폐마개는 원자로 노심에서 방출되는 극도로 높은 방사선을 차단하기 위해 3개의 뚜껑으로 구성된다. 뚜껑의 각각의 무게는 150t이다.

이번 연구에서 근로자들은 원격 로봇을 배치해 방사선량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위에 있는 뚜껑 표면에 각각 7㎝ 깊이의 구멍을 뚫었다. 하나의 방사선 수치는 뚜껑 중앙 근처의 구멍 표면으로부터 깊이 4㎝ 위치에서 시간당 1.2시버트로 측정됐다.

앞서 위원회는 작년 11월에는 뚜껑 아래에 있던 오염원의 방사선량이 시간당 10시버트가 넘었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수준의 방사능은 한 시간 동안 노출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뚜껑 아래의 실제 방사선량이 수십 시버트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알려주고, 따라서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2011년 대지진과 쓰나미로 1~3호기의 원자로가 모두 녹았지만 뚜껑은 1호기만 파손됐다. 당시 손상된 뚜껑에서 다량의 세슘 137이 누출돼 일본 전역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혔고 이후 1호기의 뚜껑에는 2호기와 3호기에 비해 상당히 적은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다. 대조적으로 2호기와 3호기의 뚜껑은 비교적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돼 격납용기에서 누출된 대량의 방사선 물질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 남아 있다.

위원회는 2011년 3월 2호기 원자로 노심이 녹는 과정(용융)에서 방출된 막대한 양의 방사선 세슘이 가장 위 뚜껑과 가운데 뚜껑 사이에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방사성 세슘이 중간 뚜껑과 가장 낮은 뚜껑 사이에 집중돼 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도쿄전력은 2022년 하반기 계획된 핵연료 파편을 회수하기 위해 2호기의 격납용기에 원격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작업자가 폐로 작업을 수행할 때는 격납용기에 들어갈 수 있도록 뚜껑을 제거해야 하는데 뚜껑 해체에 대한 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전력은 수십년에 걸친 정화 작업 동안 뚜껑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격납용기 상층부의 오염 농도 검출을 토대로 (해체) 공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AP/뉴시스] 지난 2월 13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도쿄=AP/뉴시스] 지난 2월 13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오염수 필터 25곳 중 24곳 손상

일본의 원전 폐로와 오염수 방류 과정의 위험성과 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은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전날엔 원전 오염수 처리 시설의 오염 물질을 막기 위한 핵심 장치인 필터의 대부분이 손상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NHK에 따르면 도쿄전력 대표는 제1원전에 대한 정기 점검에서 다핵종 제거설비(ALPS)의 배기 필터 문제에 소홀했음을 인정했다.

이 필터는 오염수 처리 시스템에서 입자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됐으며 물에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법적인 기준치 이하가 될 수 있도록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반 노부히코 위원은 “필터 문제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도쿄전력의 태도”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도쿄전력은 이미 공장에서의 문제 은폐와 공개 지연으로 인해 여러 차례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 2월에는 한 원자로의 지진계 두 개가 작년부터 고장난 상태로 남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동안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도쿄전력은 ALPS에서 배기 중 방사성 물질을 흡착하는 필터 25개 중 24개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2년 전 모든 필터에서 비슷한 손상을 발견했지만 문제의 원인을 조사한 적이 없으며 필터를 교체한 후에도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필터 손상으로 방사능 누출이나 정수 시설 내 공장 근로자에 대한 피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도쿄전력 폐로 부서의 책임자인 오노 아키라는 “회사가 그 문제를 더 일찍 해결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며 “안전 관리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와 협력해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2023년 봄에 시작될 예정으로,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주변국, 후쿠시마 어업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

원전 오염수 방사성 물질을 거르는 필터가 파손됐다는 소식에 15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도쿄전력이 여러 차례에 걸쳐 데이터를 왜곡하고 사고를 은닉하고 보고하지 않은 것을 생각할 때 이들이 많은 양의 원전 오염수를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며 “일본 정부의 감독과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 원전을 완전히 해체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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