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한 달간 금식 ‘라마단’ 시작
시리아 등 반정부 시위 지속 ‘유혈사태’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15억 이슬람권은 이달 1일부터 성월(聖月)인 ‘라마단’이 시작됐다. 금식을 통해 평화와 절제의 미덕을 실천하며 이슬람권에서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달이지만, 올해는 민주화 혁명이 진행 중이라 유혈사태가 지속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정불안뿐 아니라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고 라마단 특수까지 겹쳐 물가가 폭등함에 따라 서민에게는 더욱 힘든 라마단이 됐다. 더구나 올해는 해가 떠 있는 금식 시간이 26년 만에 가장 길 것으로 전망돼 이래저래 힘든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월(聖月) 라마단에는 전쟁도 중단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은 이슬람력의 9번째 달인 라마단 기간에 일출 때부터 일몰 때까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을 포함한 일체의 음식을 입에 대지 않으며 금식을 이행한다.

다만 노약자, 어린이, 환자, 임산부 등은 단식 의무가 면제된다.

금욕적 단식은 무슬림이 지켜야 할 이슬람 5대 의무 중 하나로, 무슬림은 라마단을 이슬람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굶주림의 고통을 느끼며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 이 때문에 라마단이 시작되면 이슬람권의 전쟁이나 전투도 잠시 중단되는 것이 관례다.

이집트 시위를 주도했던 각종 정당과 시민단체는 라마단 기간 시위를 자제하고 라마단이 끝난 뒤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인 탈레반의 일부 지도자들도 라마단 기간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휴가를 가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리아‧리비아‧예멘 등은 반정부 시위가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유혈 사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시리아‧리비아‧예멘, 반정부 시위 지속

라마단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부터 시리아 정부는 반정부 시위 중심 도시인 하마에서 탱크와 총으로 이틀째 유혈진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최소 120명이 숨지는 등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유혈사태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유럽연합은 시리아 정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기로 했다. 제재안에는 시리아 군·정부 관계자 5명에 대한 여행제한과 자산 동결 조치에 이어 시위진압에 이용할 수 있는 무기에 대한 수출금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시리아의 동맹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규탄 성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도 인명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군은 라마단에 돌입하더라도 전투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카다피 친위대 역시 반군의 공격을 강력 응징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사우디에서 치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도 라마단을 맞아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야권에 대화를 재차 제의했으나 야권은 이미 살레 대통령의 무조건 퇴진을 요구하며 이런 제의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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