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국립 9.11 기념관에서 한 남성이 20주년 추모식에 앞서 애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국립 9.11 기념관에서 한 남성이 20주년 추모식에 앞서 애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납치된 비행기 4대 추락한

뉴욕·생크스빌·국방부 행사

20년간의 대테러 대응에

전문가들 “순진해서 실패”

“테러 전보다 나은 것 없어”

[천지일보=이솜 기자] 대규모 공식 행사부터 스타벅스에서의 짧은 묵념까지.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서 20년 전 9월 11일 납치된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에 추락한 순간을 기억했다.

공식 행사는 당시 테러 공격을 받았던 지역인 미국 뉴욕 맨해튼과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 버지니아주의 국방부에서 각각 열렸다. 당시 비행기 네 대가 세 지역에 추락했고, 2977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미국 뒤덮은 추모 열기

첫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타워에 충돌한 시간인 오전 8시 46분에 시내 곳곳의 예배당들의 종이 울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전 8시 30분경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당시 국방부가 테러를 당한 시간인 9시 37분에 잠시 묵념을 한 후 자리를 떠났다. 대통령들 중 누구도 연설하지 않았고 뉴욕과 뉴저지의 전현직 선출직 공무원들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WTC 근처의 스타벅스에서는 한 직원의 “30초 동안 묵념을 하자”라는 제안에 손님들은 고개를 숙이고 블렌더와 에스프레소 기계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잠시 멈췄다.

뉴욕시 WTC 부지에서 매년 열리는 희생자 이름 낭독회는 이날 한 승무원의 아버지가 2001년 9월 11일을 “숫자와 날짜가 아닌 희생자들의 얼굴을 통해 기억되도록 해달라”고 간청하면서 시작됐다. 유나이티드 항공 11편의 승무원이었던 새라 로우의 아버지 마이크 로우는 지난 20년 동안의 견딜 수 없는 슬픔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WTC 연단에 올라가 희생자들을 읊었다. 고인의 신체적, 성격적 특징을 공유했고 한 소녀는 숨진 삼촌과 같이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메인주 포틀랜드의 화환 헌화에서부터 괌에서의 소방차 퍼레이드까지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수많은 추모식이 거행됐다. 오전 10시 3분 납치된 네 번째 비행기 93편이 생크스빌 들판에 추락한 시각, 미 의사당에 대한 공격을 저지한 승객 40명과 승무원들의 이름이 불러졌다.

◆테러와의 전쟁이 남긴 것은

9.11 테러는 미국과 다른 지역의 안보 환경을 영구적으로 변화시켰고 정부들로 그들의 국방 전략, 정책, 대테러 전술을 완전히 재검토하도록 만들었다.

테러와의 전쟁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침략으로 이어졌는데 지난 20년 동안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조 달러의 돈이 소비됐다. 그럼에도 미군 철수에 따른 아프간의 붕괴와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연계된 탈레반의 재집권은 상징적이고 파괴적인 실패를 나타낸다.

아프간 전쟁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이날 CNBC는 9.11 테러 20주기를 맞아 미 중앙정보국(CIA), 군사 및 외교 전문가, 참전용사들을 통해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배운 교훈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나다 바코스 전 CIA 분석가는 “솔직히 우리가 그간 그렇게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아마도 그러한 실수들 중 일부를 다시 하게 될 운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다른 나라를 점령하는 것은 끝내야 한다”면서 “우리가 (아프간에서) 민주주의를 확산시킬 수 없고, 당시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만큼 순진했던 방식으로 다른 나라들을 재건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프간 참전 용사인 재이는 아프간전으로 많은 미국인들이 정부를 믿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자들이 20년 동안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동안 아프간의 실제 상황은 아프간에서 복무한 사람들에게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며 “군이나 정부 고위 지도부가 고액 연봉의 방위산업체로 직장을 옮겨가면서 20년 동안 이런 일이 계속돼 왔다”고 말했다.

재이는 또한 “무서운 부분은 일반 시민들이 아프간전을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시민들에게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투자된 게 없다. 만약 그랬다면 시민들은 카불에서의 대실패를 촉매로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예드 잘랄 카림 아프간 외교관 겸 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테러와의 전반적인 전쟁이 정당한 배경에서 촉발됐다면서도 “테러리즘과 종교를 융합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적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테러 공격으로 납치된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타워 중 하나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두 번째 타워에서 폭발이 발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테러 공격으로 납치된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타워 중 하나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두 번째 타워에서 폭발이 발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제 세상은 더 안전해졌나

20년간의 테러와의 전쟁으로 세계는 더 안전해졌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트레이시 윌더 전 CIA 대테러 센터 장교는 “9.11 테러는 우리에게 영토와 땅을 정복하기 보다는 이념적 전쟁을 다루게 만들었다”며 “우리가 이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9월 11일 이후 우리가 한 일들로 인해 국가들에 불안정을 초래했다. 연약하거나 실패한 국가는 테러의 온상이 되고, 그(아프간전의) 결과로 새로운 온상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패티 전 아프간-이라크 주재 영국대사는 미국은 전보다 더 안전해졌지만 유럽과 중동에서는 더 많은 테러 공격이 발생한다며 그 위협은 이제 전 세계로 퍼졌다고 지적했다. 패티 전 대사는 “이제 테러리스트들은 9.11 테러와 같은 종류의 공격을 가하는 게 훨씬 더 어려워졌다”라며 “하지만 이 이념은 여전히 말할 수 없는 일을 기꺼이 하는 자생적인 사람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실제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것이 이 사람들을 고무시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위협의 본질이 바뀌었다”며 “위협은 덜 집중돼 있고 전 세계로 분산됐다. 극단적인 무슬림들은 건재하다”고 말했다.

아프간 전문가이자 카불에 본부를 둔 전직 언론인 아흐마드 와닥은 2001년 이전보다 세상이 나아진 게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제 이란이 역내 패권국이 되고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미국과 중동의 동맹국들의 상황은 훨씬 더 취약한 입장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전쟁 개입에 대한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패티 전 대사는 “이제 누구도 어디에서든 성급하게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트라우마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는 말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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