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달 14일 수원시청사 게양대에 한반도기를 게양하고 ‘남북합의이행’이라고 적힌 카드섹션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수원시) ⓒ천지일보 2021.9.10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달 14일 수원시청사 게양대에 한반도기를 게양하고 ‘남북합의이행’이라고 적힌 카드섹션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수원시) ⓒ천지일보 2021.9.10

염 시장 “평화·통일 상징 문제 無”

김기정 의원 “태극기 대신할 수 없어”

조문경 의원 “시민 갈등 조장 증폭”

수원시 “태극기 두고 한반도기 걸어”

[천지일보 수원=류지민 기자] 수원시가 광복 76주년을 맞아 지난달 14일 한반도기를 게양한 것과 관련해 수원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보이콧을 하는 등 지역에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수원시의회에서 열린 제 361회 임시회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반도기 게양’에 대해 5분 발언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24명 중 21명이 한꺼번에 퇴장했다.

수원시는 지난 1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한반도기를 청사 게양대에 게양한다. 14일 열린 게양식에는 염태영 수원시장, 조석환 수원시의회 의장,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해 수원시민 정모씨는 지난달 17일 수원시 홈페이지 ‘만민광장-토론광장’에 “수원시에서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올렸다는 뉴스를 봤다. 왜 그랬는지 설명을 부탁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이 글과 관련해 수원시의 해명을 요구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서모씨는 “광복절에 태극기 아닌 뜬금없이 한반도기라니요. 몇몇 실체를 알 수 없는 단체가 요청한다고 수원시를 대표하는 관공서에서 근본도 없는 한반도기를 게양해도 되는 건지요”라며 의아해했다. 이모씨도 “저도 궁금합니다. 선조들께서 태극기를 들고 환호했는데 수원시는 엉뚱한 걸 게양했는지 제대로 된 이유를 듣고 싶다”고 했다. 나모씨는 “민원을 넣었더니 처음 듣는 단체가 제안해서라더군요. 8.15에 평화를 위해 한반도기를 내걸었다니 무슨 소리인지”라는 글을 남겼다.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기정 의원은 제36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수원시는 광복절 한반도기 게양으로 숭고한 광복절 정신을 훼손했다”며 “한반도기는 대한민국에서 단일기, 북한에서는 통일기로 불리는 미완성형 국기다. 무엇하나 분명한 것이 없는 한반도기가 태극기를 대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문경 의원도 “광복절 한반도기 게양은 그동안 한반도기가 사용된 맥락과 거리가 멀어 많은 시민이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며 “시민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야 할 시의 행정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원찬 의원 역시 “특정 정당의 이벤트성 퍼포먼스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광복절과 태극기가 지니는 참뜻을 희석시켰다. 북한이 연일 적대적 상황을 연출하는 가운데 한반도기를 내걸고 감성 정치에 나선 수원시의회 안보 의식 부재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규제로 모든 시민이 지친 가운데 이번 일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며 시민의 피로도가 가중됐다”고 덧붙였다.

문병근 의원은 “한반도기 게양 문제는 의회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생략됐다”고 말했다. 제1차 본회의에서 한반도기 게양 비판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반성해주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또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시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염태영 시장은 “광복절에 태극기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한반도기를 게양한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며 “소모적이고 의미 없는 공세로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역 시민들과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반대 목소리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게양식 당시 시청 게양대에 태극기를 내리고 한반도기를 게양한 적이 없다”며 “한반도기는 수원시 슬로건 등을 알리는 깃발 거는 자리에 게양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남북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한반도기를 게양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선뜻 이해할 수 없다”며 “정치 공세를 펼쳤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특정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시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수원본부가 게양을 제안했지만, 39개 수원시 시민단체가 게양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에 특정 단체에 의해 게양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기정 부의장은 “태극기는 국기니까 당연히 있는 것이고 광복절은 중요한 날인데 한반도기가 있는 건 광복절 취지와 맞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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