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와 4만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지난 201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내놓은 발표보다 60조원이나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후 11일 만에 내린 결단으로, 정·재계에서 거론되는 ‘이재용 역할론’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위기 때마다 대규모 투자로 경쟁 업체를 압도하는 삼성의 힘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엘지전자와 삼성전자에서 각각 근무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육성 경영전문 컨설턴트 박광수 칼럼니스트의 경험과 에피소드가 이 질문에 답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전직 삼성맨의 삼성이야기
<2> 삼성전자 탄생과 발전 과정
이병철 회장 일본 가전 목격 후
비밀리에 전자사업팀 꾸려 준비
박정희 대통령 만나 지원 요청
日 산요와 기술 합작으로 출발
이건희 회장 사비로 반도체 시작
스마트폰·TV 시장 세계 1위 우뚝
삼성전자의 탄생은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 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다.
1960년대 한국의 전자 산업은 금성사(현 LG전자)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생산·판매 하면서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고 1961년 국영방송인 KBS-TV가 개국하면서 국내 TV 시장의 문이 열리게 된다. 국산 흑백 TV 1호는 1966년 8월 금성사가 일본에서 부품을 공급 받아 조립 생산, 판매한 19인치 진공관식 TV인 VD-191이다. 당시에는 부유한 가정만이 흑백 TV를 보유할 수 있었으며 주민들은 만화방에 동전을 내고 들어가 흑백 TV에 나오는 프로레슬러 김일과 권투 선수 김기수의 경기를 보며 환호했다.
◆사돈 LG 반대에도 전자 밀어붙여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던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1964년 일본이 동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일본 가정에 TV와 냉장고, 세탁기가 공급되는 등 일본의 문화와 삶의 질이 급격히 선진화된 것을 직접 목격한 후 이를 향후 삼성의 먹거리 사업으로 판단한다. 이후 비밀리에 회사 내부에 전자사업팀을 꾸려 치밀하게 사업을 준비해갔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 준비가 노출되면서 사돈인 구인회 금성사 창업주는 물론 럭키금성그룹 관계자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병철 회장의 차녀 이숙희 여사와 구인회 회장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부부 관계로, 상호간에 동일 사업 분야에서의 경쟁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숙희 여사도 가전사업에 대한 반대 의사를 이병철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금성사뿐만 아니라 전자공업협동조합 59개 회원사도 삼성의 전자사업 진출이 과다 경쟁을 불러 일으켜 내수 산업의 붕괴를 불러온다고 반대에 나섰다.
전자사업에 대한 삼성-LG의 갈등은 구 회장의 결단으로 마무리됐다.
본래 부드럽고 집안의 화합을 중요시 여기던 구 회장이 장남인 구자경 사장에게 사돈 기업인 삼성에서 전자사업을 반드시 하겠다고 하면 어찌 말리겠냐고 한 발 물러설 것을 설득한 것이다. 이에 삼성은 금성사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오늘의 삼성전자의 기틀을 만들 수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에서 이병철 회장은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독대하는 자리에서 전자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향후 한국의 중요 수출전략산업 가능성이 큰 만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산하 부처에 즉각 지시해 전자사업을 허가하고 수원시 매탄동에 45만평을 삼성에서 매입해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협조했다.
전자산업 기술이 없었던 삼성은 1969년 일본 기업인 산요와 자본을 합작해 삼성산요전기를 세우고 일본 기업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듬해에는 삼성NEC를 설립해 본격 백색가전인 TV 생산을 시작했으며 4년 후인 1974년 자체기술로 19인치 트랜지스터 방식의 기술을 도입한 ‘마하 506’을 개발하게 된다.
◆반도체·스마트폰 성황 예견한 삼성
같은 해 이건희 회장이 적자에 허덕이던 한국반도체를 사비로 매입하면서 삼성은 반도체 사업에도 진출한다. 이병철 회장은 앞으로의 산업은 경박단소한 반도체가 좌우하게 된다는 확신을 갖고 1983년 2월 8일 초고밀도직접회로인 메모리반도체칩 VLSI에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그 유명한 ‘동경 선언’이다. 이후 기흥단지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서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해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64K DRAM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된다.
이병철 회장은 전자사업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특히 일본 전자기업 추월이라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의 포부는 2010년대에 스마트폰 부문을 시작으로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2009년 애플이 최초로 스마트폰을 출시하자 향후 전 세계인이 스마트폰을 1인 1대씩 소유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개발에 매진한다. 이에 2년 후인 2011년 9월경 애플을 추월한 삼성전자는 이듬해엔 노키아와 애플을 이기며 10년째 점유율 20%대를 유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장 동력에 탄력을 받은 삼성전자는 2006년 첨단 TV 시장에서도 ‘보르도 TV’를 출시하면서 세계 1위 TV 제조사에 등극했으며 2017년 QLED TV를 선보이며 2020년 4분기에는 31.9%의 역대 최고 점유율을 차지, 15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달성했다. 또한 작년 2분기 75인치 초대형 TV 시장에서는 매출 점유율 50%를 넘기며 독보적 전자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전 세계적 초일류기업이 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실질적인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전 세계 정치·경제·사회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임원진들의 고견을 수용해 연구·개발·투자로 선택된 아이템에 집중한다면 삼성전자는 향후 백년간 어느 기업도 넘볼 수 없는 세계 1위 전자기업으로 우뚝 설 것을 믿는다.
(정리 = 이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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