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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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양심의 자유를 독립된 조에 규정하고 있지만, 1948년 헌법은 제12조에서 “모든 국민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해 신앙의 자유와 함께 규정했다. 현행 헌법은 신앙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기 위해 제20조에 양심과 분리해 종교의 자유로 대체해 규정하고 있다.

1948년 헌법이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함께 보장했던 것은 역사적으로 양심의 자유가 국가에 의한 신앙의 강제에 대하여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방어권으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다. 양심의 자유는 종교와 관련해 개인에게 인정됐던 최초의 기본권이었다. 이미 오래된 내용이지만 국가의 국교결정권에서 국가로부터 종교를 강요받지 않을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게 된 것이었다.

신앙의 자유 또는 종교의 자유와 분리된 후 양심의 자유는 종교와 관련해 보장됐다. 이때 양심의 자유는 특정 종교를 믿거나 유지해야 하는 국가의 강제로부터의 자유 또는 신앙을 자유롭게 행사하기 위해 이민 갈 자유에만 국한됐다. 이 이후 양심의 자유는 국가가 국교결정권을 포기함으로써 신앙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고유의 보호범위를 갖게 돼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양심의 자유가 독자적인 기본권이 되면서, 양심은 종교적 양심에서 벗어나 세속적 양심으로 발전했다. 그 후 양심은 더 이상 종교적 양심이 아니라 최상의 도덕적 인격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됐고, 종교적 믿음에 근거한 양심은 물론이고 종교적 동기가 없는 양심상의 결정이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호를 받게 됐다. 즉 모든 양심이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양심의 자유에서 양심은 인간의 내면에 내포된 양심을 말하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는 국가가 양심의 형성과정이나 실현과정에 대해 부당한 간섭이나 강요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국가에 대한 부작위 청구권으로 소극적인 방어권이다. 그래서 양심의 자유는 국가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양심을 형성하고 실현하기 위한 개인의 주관적 공권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이다.

양심의 자유는 자유권으로서 개인의 주관적 공권이면서 특정한 가치나 특정한 종교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하는 객관적 가치질서로서 성격을 갖는 기본권이다. 양심의 자유는 객관적인 규범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국가기관을 구속함으로써 특정한 가치관이나 종교관을 강요해서 안 되는 국가의 중립의무와 다수의 국민과 다른 윤리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국민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관용의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국민이면 누구나 적용되는 법적 의무에 대해 예외를 허용해 줄 것으로 국가에 요구하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국가적 관용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국가 법질서의 범위 내에서 양심에 따른 법적 의무의 거부를 어느 정도 허용함으로써 양심의 자유가 실현하고자 하는 관용을 실천하고, 양심과 법질서가 충돌하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국가권력의 행사를 자제하게 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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