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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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끊는 사람은 흉악범죄를 우발적으로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강도강간·상해 등 전과 14범인 강윤성은 이전에도 2차례나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위반하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전자발찌 훼손을 인지하고 강윤성 집을 방문하고도 집 내부 수색을 못해 화를 더 키웠다.

법무부는 전자감독제도가 획기적으로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예산상·인원상, 내부의 조직문화 변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며 실질적 조치는 빠진 ‘맹탕 대책’ 핑계만 대고 있다. 법무부와 경찰 간 범죄 이력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소통 불화도 원인이 됐다. 강윤성이 자수할 때까지 그의 소재를 파악하지도 못했다. 관리 당국의 범죄 전과자 관리·감독과 초동수사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강윤성은 살해한 첫 번째 피해 여성 A씨(40대 후반)와 두 번째 피해자 B씨(50대 초반) 모두 직업소개소를 통해 연결된 노래방 도우미들이었다고 밝혔다.

강윤성이 B씨를 살해하기까지 사흘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누구도 A씨에 대한 실종 신고는 없었다. B씨에 대한 신고도 없었다. 전남 장흥에서도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성범죄자 마창진이 공개 수배 6일째에 경찰에 붙잡혔다. 마창진은 과거 청소년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5년간 복역한 뒤 2016년 출소했다. 7년 동안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법무부는 우선 전자감독대상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전자발찌 견고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매달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 달 사이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장치를 끊고 달아나는 사건은 알려진 사안만도 여러 건이다. 전자발찌 부착의 기본적 기능이 무력화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만 7월까지 11건의 전자발찌 훼손이 있었다. 2018년 23건, 2019년 21건, 지난해 13건으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자발찌 훼손 사건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구멍이 뚫린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법무부의 전자발찌 제도 개선과 근본적 재범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전자발찌에는 눈도 입도 없고 위치 파악 기능만 있어 행동감시의 기능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는 분노와 슬픔, 웃음과 즐거움 등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고 살아가고 있다. 모두 인간이기에 감정을 꾹꾹 누르고 참다 보면 절제하지 못한 우발적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돈에 치이고 돈에 쓰라려하는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와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 속에 패배자가 되기도 한다.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인간을 지배하고 돈 때문에 살인하고 남을 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생을 포기하고 남을 외면하는 배타적 프레임 안에 갇혀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 자신과 타인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존중해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도록 타인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생명존중 학습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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