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최초 설계자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제공: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천지일보 2021.9.6
광주형 일자리 최초 설계자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제공: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천지일보 2021.9.6

상생형 일자리 창출 희망 만들기
“지역경제 회복 동력 키우는 것
文 일자리 창출, 숫자에 그쳐”
노동 없이 사회 발전·지탱 안 돼
‘공장으로 간 철학 소년’ 책 펴내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광주형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중심에 둔 사회 연대이자 사회적 대화 활성화로 좋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혁신운동으로 출발했고, 광주글로벌모터스(광주GG) 설립이라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2014년(민선 6기) ‘광주형 일자리 최초 설계자’로 이름을 알린 박병규 광주시 전 경제부시장의 말이다.

광주 글로벌모터스는 대한민국 제1호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이다. 노조와 기업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생형 일자리 창출로 청년 일자리의 희망을 만들고 지역경제 회복의 동력을 키우는 것이다. 민선 7기에 들어선 광주시도 광주형 일자리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박 전 경제부시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이 가장 쉬운 대화로부터 시작해 참여와 연대로 공동체를 실현, 사회적 연대의 교차로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 민주주의 패러다임이다. 누가 했어도 했어야만 할 일을 광주시가 먼저 시작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노동 없이는 사회가 발전할 수도, 지탱할 수 없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노동자가 살맛나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라며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바뀌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일은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뜻이자 아이들(노동자)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경제적 어려움과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박 전 경제부시장의 ‘공장으로 간 철학 소년’(㈜아논 컴퍼니)이라는 책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박병규 광주시 전 경제부시장은 ‘공장으로 간 철학 소년’ 출판 배경에 대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의 대통령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을 때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책을 쓰기로 했다”며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좋은 일자리 창출과 공동체 형성은 한국 사회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시민이 그 사회의 주인”이라며 “좋은 일자리와 좋은 공동체는 좋은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 가치에 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민선 6기 현재와 미래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통해 평가될 수 있다”며 “상생형 일자리가 성공하려면 성과와 한계를 두루 살피되 대안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광주형 일자리 정책에 대한 다른 견해가 있고 추진과정의 부실함도 있을 것”이라며 “다른 이의 비판적 고찰과 새로운 시도가 있길 희망한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실제로 박 전 경제부시장은 민선 6기 대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광주시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를 구축하고자 전국 최초로 노동조합설립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생활임금제 시행, 청소년 노동인권보호와 같은 포용적 일자리 정책으로 꾸준히 성과를 만들었다.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이 펴낸 광장으로 간 철학소년 표지. (제공: 아논컴퍼니) ⓒ천지일보 2021.9.6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이 펴낸 광장으로 간 철학소년 표지. (제공: 아논컴퍼니) ⓒ천지일보 2021.9.6

박 전 경제부시장은 文 정부 4년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되자마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결재 사안이었다. 곧바로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이 설치됐는데 이것을 보며 무척 안타까웠다”며 “‘공장으로 간 철학 소년’을 통해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정부의 ‘탁상행정’을 가감 없이 수록했다”고 말했다.

박 전 경제부시장은 “일자리라는 것은 단기간 안에 개선될 수 없다”며 “현황판을 설치하는 것의 의미가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황판에 새겨진 숫자는 질이 아닌 양”이라며 “자칫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지향점을 잃고 전시 행정의 숫자놀음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 보였다. 일자리 현황판으로는 일자리의 질이 개선될 리가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자리를 수치로 접근하는 방식은 정치적 홍보 효과에 그치게 된다”며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 4년이 지나면서 그런 예감은 빗겨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경제부시장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건 일자리 개수를 몇 개 더 만드느냐가 아니다”며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민적 바람은 일자리의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장으로 간 철학 소년’에는 박 전 경제부시장이 우여곡절 속에 노사갈등을 중재하고 노사 간 간극을 좁혀갔던 현장의 노고가 생생히 기록돼 있다. 더불어 미래의 광주를 들여다볼 수 있다.

박병규 전 경제부시장은 광주 출생으로 고등학교 중퇴 후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동조합위원장 3회, 전남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한국도농교육원 객원교수, 광주시 경제부시장(민선 6기), 이후 민선 7기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 특별보좌관, 광주GG 상생위원장, 현 ㈔광주형일자리연구원 이사장,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지역 일자리 특별위원(현) 등에서 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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