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스케치] 사각형 생각

김동희 건축가

큰일에는 큰 생각을 하기보다 작은 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더 많다. 작은 일 잘하는 사람이 큰일도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틀린 생각도 아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찾고 검증하고 다시 확인하고 확신한다. 신중한 일일수록 더욱 세심하게 파고들고 싶어진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많은 요소의 구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그 많은 요소가 다 신경 쓰인다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전체를 보는 눈이 있으면 좋겠다. 건축을 하는 최종 목표가 경제적인 윤택함 때문인지?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위한 것인지?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한 것인지?.

건축현장은 하나같이 반복된 자신만의 일에 충실하다. 그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건축이 되는 것이다.

결국 건축은 최종 목표를 위해서 전체를 만들고 이끌어 가야한다. 생각은 둥글고 무한대인데 결과물은 각이 생기고 공간이 된다. 건축은 생각과 많이 다르다.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고 목표와 과정은 연결이 잘 안 되기 십상이다.

일사천리로 만들어지는 건축이 있다면 좋겠지만 만족도 있는 건축은 쉽지 않다.

전체를 이끄는 생각이 중요한 것은 하마터면 벗어나기 쉬운 과정의 길라잡이가 되기 때문은 아닐까? 하나하나씩 다 따져서 챙기는 것 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는 관대함과 여유가 꼭 필요할 것이다. 둥실한 생각을 사각형의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은 건축사의 몫이란 사실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