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폭우 앞에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진정 없단 말인가.지난 26~27일 이틀 만에 서울․경기․강원 등 중부지방에 50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9일까지 150mm 이상의 폭우가 예상된다고 하니 참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아닐 수 없다. 손쓸 틈 없이 쏟아진 이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침수 등으로 전국에서 41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광주․전남지역에서도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산사태 위험지구가 상당수에 달한 것으로 조사돼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도록 예찰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해 추석 폭우로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일대가 침수되는 등 그야말로 물난리를 겪은 후라 이번 폭우 피해는 더욱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대책도 예방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가 컸던 서울시는 지난해 추석 폭우 이후 ‘기후변화 대응 침수 피해 저감 대책’을 내놓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수천억 원을 들인 지자체의 배수 시스템 정비도 폭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폭우가 쏟아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광화문 사거리는 또 한 번 물바다로 변해버렸다. 지하철 중앙선은 온 종일 운행이 중단됐고, 아예 물에 잠긴 지하철역도 있었다. 물에 잠긴 도로에 지하철까지 운행이 잘 안 되다 보니 ‘출근 포기자’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배수가 제대로 안 된 도로에서는 하수구 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날아가 버리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사람들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산사태로 나무가 뽑혀 주택가를 덮치는 등 난리 통이 따로 없었다.

폭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에도 그에 맞는 대책을 미리미리 강구하지 못하고, 피해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배수장과 하수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도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한 경관을 위해 산사태가 우려되는 지역에 들어선 펜션이나 가옥 같은 경우 규제하거나 관리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도 이번 참사를 불러온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이제는 형식적인 대책 마련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유용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더 이상 안일함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줄여야 한다. 더불어 무조건적인 개발로 인해 달라지는 도시환경까지도 염두에 둔 방재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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