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폭우로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일대가 침수되는 등 그야말로 물난리를 겪은 후라 이번 폭우 피해는 더욱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대책도 예방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가 컸던 서울시는 지난해 추석 폭우 이후 ‘기후변화 대응 침수 피해 저감 대책’을 내놓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수천억 원을 들인 지자체의 배수 시스템 정비도 폭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폭우가 쏟아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광화문 사거리는 또 한 번 물바다로 변해버렸다. 지하철 중앙선은 온 종일 운행이 중단됐고, 아예 물에 잠긴 지하철역도 있었다. 물에 잠긴 도로에 지하철까지 운행이 잘 안 되다 보니 ‘출근 포기자’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배수가 제대로 안 된 도로에서는 하수구 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날아가 버리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사람들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산사태로 나무가 뽑혀 주택가를 덮치는 등 난리 통이 따로 없었다.
폭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에도 그에 맞는 대책을 미리미리 강구하지 못하고, 피해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배수장과 하수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도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한 경관을 위해 산사태가 우려되는 지역에 들어선 펜션이나 가옥 같은 경우 규제하거나 관리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도 이번 참사를 불러온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이제는 형식적인 대책 마련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유용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더 이상 안일함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줄여야 한다. 더불어 무조건적인 개발로 인해 달라지는 도시환경까지도 염두에 둔 방재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