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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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에서 근대5종을 관심 있게 봤다. 대회 막판 한국의 메달 종목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전웅태와 정진화는 초반부터 상위권에서 경쟁을 벌이며 끝내 동메달과 4위를 차지했다. 한국 근대5종사상 둘은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동안 한국은 근대5종에서는 완전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했다. 선수도 부족하고 시설 환경이 부족한 비인기종목으로 간주해 제대로 관심과 지원을 쏟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진천 선수촌에 입촌하지 않고 승마장과 수영장을 함께 갖춘 경북 문경에 있는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진천 선수촌조차도 적절한 시설이 없었던 것이었다. 이번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 둘이 성적을 낸 것은 선진국이 독주를 이룬 종목에서도 제대로 훈련만 잘 하면 얼마든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근대5종은 말 그대로 수영, 펜싱, 승마, 사격, 육상 등 5가지 종목을 합해서 겨루는 종목이다. 원래 고대 그리스 시대 강한 군인들을 양성하기 위해 겨뤄던 종목인 5개 종목을 본따서 근대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현대올림픽에서 부활시켰던 게 근대5종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달리기, 레슬링, 높이뛰기, 투창, 원반던지기 등 5개 종목으로 경쟁했다. 이 종목을 통해 이상적인 군인을 선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완벽한 스포츠인은 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이다. 체력과 스피드가 경기인의 신체 속에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경기”라고 말했으며 쿠베르탱 남작은 “근대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은 경기에서 승리를 하든 못하든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으로 근대5종 선수만이 진정한 올림피언이다”라고 강조했다.

고대 5종 경기와 같이 근대5종도 쿠베르탱이 19세기 기병 병사가 전장에서 겪는 경험을 재현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을 타고 권총과 검으로 적과 싸우며 수영을 하고 자신의 진용으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조직위원장인 스웨덴 빅토르 발크가 스웨덴 군사용 다목적 스포츠를 활용해 근대5종을 만들었다는 설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근대5종 경기는 1912년 첫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한동안 군 장교들만 출전했다.

근대 5종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오래전 군에서 국방스포츠에 간여했던 개인적 친분이 깊은 예비역 대령에게 “근대5종을 우리 군에 맞는 국방스포츠로 한번 개발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 여건에 맞춰 개발하면 군인들에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주 좋은 운동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비쳤다.

최근 우리 군의 사기가 현격히 떨어지고 기강이 무너진다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육해공군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국민적인 분노를 사게 하기도 했다. 현재 군은 제대로 된 야외훈련이나 합동훈련도 하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킨다는 이유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군인들의 사기를 키우고 체력을 강화할 적극적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 군은 태권도, 특공 무술 등으로 장병들의 체력을 관리해 왔으나 이제는 좀 더 현대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전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점에서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준 근대5종을 모티브로 삼아 한국 군인에 맞는 근대5종 국방스포츠를 채택, 운영하면 좋겠다. 대한체육회 정식 가맹종목인 줄넘기, 달리기, 사격, 수영, 태권도 등 5개 종목 정도를 꼽아 군인들에게 체계적으로 배우게 하면 좀 더 정예 군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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