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검스님(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보검스님(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세계에는 수많은 종교들이 있다. 종교마다 그 종교의 교리나 지향하는 목표가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실천덕목은 내적 신앙(신행)이나 전도(포교)일 것이다. 안으로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실현하기 위한 신앙생활이 있으며, 밖으로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하여 같은 신앙공동체적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종교적 신념이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하는 교리적 논쟁은 어떻게 보면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다. 계시적 종교들은 초월자나 창조자를 믿을 것이며, 불교나 도교 유교 같은 종교는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의 통찰을 통한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이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교세(敎勢)를 확장하는 데에 열중하는 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교세 확장을 하더라도 종교로서의 지켜야 할 준칙과 상식을 벗어나서 지나치게 사회질서나 이웃종교의 영역까지 침범하여 성소(聖所)를 훼손하면서까지 적극적인 전파를 한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모든 종파나 교파가 무한 경쟁을 벌인다면 사회공동체의 질서는 파괴되고 인간관계는 삭막해져서 그야말로 종교 갈등의 증폭은 사회혼란에 까지 이를 수가 있다.

종교라고 해서 국가나 사회체제의 범위 밖에서 마음대로 활동하고 발언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각 종교의 신념이나 지향하는 목표가 상이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신적 행복과 위안, 그리고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한 문화 활동이다. 종교적 신념이 모든 것을 규정하여 버린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는 가끔 이슬람국가에서 이런 원리주의적인 강제성을 목격하면서, 인권유린이나 성(性)적 불평등, 인종차별 등을 보게 된다. 모든 종교의 종파나 교파가 사회통념을 벗어나지 않고 보편적 상식을 지키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확장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사회와 인간관계를 보다 더 건전하게 활성화시키는 윤리적 활력소라고 본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남의 종교나 자기 종교내의 종파나 교파와의 조화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하나의 종교만이 아닌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서구에서는 기독교의 신앙을 갖고 있지만, 불교나 힌두교 등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거나 어떤 종교적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체험을 하기도 한다. 다른 종교인들이 불교의 템플스테이(사찰 머물기)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불교교리도 이해하고 사회생활의 번민을 명상으로 치유하면서 자연과 함께 심신을 청량하게 하는 것이 매우 인기가 있다. 그렇다고 다른 종교를 가졌다거나 무종교인이 금방 불교신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불교에서는 성급하게 이들을 불교신자로 개종시키려고 하지도 않는다. 불교의 사찰문화를 이해하고 흥미를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불교신자가 교회나 성당에 가서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해서 바로 기독교로 개종하지는 않는다. 성급한 목회자나 기독교신자가 이런 불교신도를 기독교로 개종하려고 한다면 되겠는가. 당장 개종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서로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서 이해하면서 서로 소통하여 공생·공존하는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종교적 다원주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종교인들에게 이웃 종교나 종파 교파의 신앙인들을 대하는 이념으로서 꼭 필요한 태도라고 본다. 자기 종교만이 옳고 자기 종파나 교파만이 절대적이라는 원리주의 아집은 종교다원주의에 반하는 독선이며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에는 이런 종교적 갈등과 반목을 떠나서 함께 인류 공동체를 위하여 평화운동을 하는 종교단체들이 많다. 한국에서도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평화단체인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 있다. 이 단체는 ‘하늘의 문화로 세계평화를 이루고 빛으로 지구촌을 회복한다’는 정신으로 전 세계에서 평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는 각 종교간의 대화를 위하여 매월 정기적으로 각 종교의 입장에서 어떤 한 주제를 갖고 의견을 개진하면서 토론을 하는데, 매우 유익한 모임이라고 본다.

다종교시대의 종교 다원주의적 입장에서 세계평화 실현을 위하여 함께 한다는 기본원칙과 노선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더불어 상생하면서 이해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문화 활동은 얼마나 멋진 창조적인 종교다원주의 활동인가. 창간 12주년을 맞이하는 천지일보의 역할과 후원은 더 필요하다고 보며, 다 종교시대에 모든 종교 종파 교파를 위하여 편중되지 않는 중도의 자세로 장족의 발전 있기를 축하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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