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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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논란이 그칠 줄 모른다. 법사위에서 통과됨으로써, 본회의 통과만 남았다. 실제 언론중재위원회가 중재만 하지, 중재권을 갖고 준사법 기능까지 가지면, 권력기구가 된다. 또한 언론중재법뿐만 아니라, 헌법, 민법, 형법, 신문법, 방송법, 잡지법, 뉴스통신법 등으로 법 만능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언론은 법 무게에 질식을 당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법복 입은 청부업자’가 설치는 판에 언론중재위마저, 언론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는 것은 언론자유를 유린하고, 결국 권력자들의 부역자들을 양산하게 된다.

한 집회에 나온 김태훈 한변 대표변호사는 북한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정보를 자유롭게 취득할 권리’라고 했다. 유네스코가 밝힌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김여정법 즉, ‘대북전단금지법’ 반대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언론인은 표현의 자유를 갖고, 국민은 알권리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기 원한다. 민주공화주의에서 알권리는 으뜸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도 알권리를 목말라한다. 언론자유가 확대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구권이 무너진 이유도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에서 기인한다면 자유주의 국가에서 권력중독자가 아니면 언론자유 족쇄는 엄두도 못 낼 이유가 명료하다.

언론(speech)의 자유는 사실 딱 떨어지지 않는다. ‘징벌적 손해배상법’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이를 예측이나 한 듯이 헌법에 자유를 규정했다. 헌법 제 37조 ①항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고 한다. 물론 그렇다. 기자가 취재한 기사가 그 당시에는 진실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거짓이 되는 것이 허다하다.

‘징벌적 손해배상법’은 벌써 강한 권력자의 냄새가 난다. 자유는 한 사람이 과도하게 가지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마련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정문 앞 ‘언론독재법과 반민주악법 끝장 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에 참석해 “언론중재법 개정은 이 정부의 영구집권을 위한 흉계이다”라고 했다.

헌법의 주춧돌이 될 언론자유가 영구집권의 ‘흉계’라면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언론자유는 재산권과 연관이 된다. 기본권 중 생명, 자유, 재산이 열거되는데, 재산은 생명과 자유를 더욱 오랜 동안 지속하게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재정중독’이라고 할 만큼 국민의 재산을 아무렇게나 생각한다. 헌법 23조 ①항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했다. 재산권 보장 정도를 보면 이 정부가 얼마나 권력중독자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2022년 예산계획을 보면 세입 310조원, 세출 610조원으로 결정이 될 전망이다. 재정중독이란 말이 현실화된다. 중독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점점 명약관화하다. 청와대만 권력중독자가 모인 것이 아니라 국회는 국민들을 위해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 중심으로 법을 만드는 꼴이 된다.

언론중재법도 예외는 아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조 “(목적)이 법은 언론사 등의 언론보도 또는 그 매개(媒介)로 인해 침해되는 명예 또는 권리나 그 밖의 법익(法益)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구제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조화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한다. 물론 언론중재위는 중재만 하면 된다. 그런데 행간을 읽어 보면 중재권까지 갖도록 규정함을 알 수 있다. 위원회가 사법권까지 갖도록 법을 만들어준다. 물론 대부분 위원회는 법을 갖고 있다. 그게 국민의 권익을 위해서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는 권력중독을 용인하는 꼴이 된다.

또한 중재위가 법원의 영역을 드나든다. 중재법 제 20조(증거조사), “④항. 중재부는 증거조사에 필요한 비용을 당사자 어느 한쪽이나 양쪽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으며, 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비용법」을 준용한다. 이 경우 「민사소송비용법」의 규정 중 ‘법원’은 ‘중재부’로, 법관은 중재위원으로 ‘법원서기’는 중재위원회 직원으로 본다”라고 했다.

한편 대통령이 언론을 순치시킬 수 있게, 언론중재법을 만들어놓았다. 언론중재법 32조 “(사정권고) ①중재위원회는 언론의 보도 내용에 의한 국가적 법인, 사회적 법익 또는 타인의 법익 침해사항을 심의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언론사에 서면으로 그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그 ③항 ①제1항에 따른 시정권고의 방법·절차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했다.

KBS ‘질문하는 기자들 Q(08.15)’에 나온 정의당 이동영 대변인은 “언론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언론 통제를 하겠다는 것인지 그 저의가 궁금할 따름입니다”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공정한 언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언론개혁이 비로소 첫걸음을 뗀 것입니다”라고 했다.

전두환 정권 때 만든 ‘언론기본법’은 언론중재위의 기능을 ‘중재’에 무게를 뒀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 때(2005.1.27)는 위원회가 중재권까지 갖게 했다. 준사법기관이 된 것이다. 임기 3년짜리 위원이 무슨 권리로 사유재산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범한단 말인가. 더욱이 중재법 32조 ③항은 신문사를 대통령의 뜻대로 할 수 있게 했다.

실제 지난 16년간 언론중재위는 큰 사건에서 전혀 기능을 하지 못했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08.26), 〈文 정권이 찍을 때마다 제 발등, 언론 징벌은 다를까〉이 역사적 사건의 오보를 언론중재위에서 잡아냈던 것인가? 윤석열(김학의?) 별장 접대 기사를 썼던 기자는 2016년 12월 7일 자 한겨레 1면 톱에 ‘박근혜, 세월호 가라앉을 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는 기사를 썼다. 국회 탄핵안 표결을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지탄하는 후속 보도와 사설도 뒷받침됐다. 특검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세월호 당일 대통령의 머리 손질 시간은 평소 절반가량인 20~25분’이라고 밝혔다. 사기꾼 김대업이 주도한 이회창 병풍, ‘뇌송송 구멍탁’ 광우병 공포, 천안함과 세월호를 미군이 폭침했다는 괴담….

법 만드는 과정을 봐도 징벌적 손해배상법이 언론자유를 질식시킬 수 있게 했다. 김기윤·이기욱 동아일보 기자(8.26), 〈언론법 더 개악… ‘명백한 고의-중과실’ 문구서 ‘명백한’ 삭제〉, 민주당은 법사위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을 규정한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라는 조문에서 ‘명백한’을 삭제했다.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등의 일부 문구도 없앴다. 이는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고 이중규제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해당 조항을 오히려 더 악화시킨 것이다. 중재위는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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