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 등의 철수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카불 공항은 하루가 다르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마치 출구가 하나뿐인 대재앙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이 말 그대로의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20년 만에 다시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다는 것은 그 간 미국과 서방 등에 협력한 인사들에 대한 대규모 보복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우리도 아프간에 평화 및 재건사업 등을 위해 다수의 인력이 파견됐으며 현지에서 고용한 아프간 협력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도운 아프간 현지 협력자들과 그 가족에 대한 우리 정부의 후속조치가 빛을 내고 있다. 국내의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협력자들과 그 가족을 태울 수송기가 현지에 도착해 391명을 태우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다른 서방 국가들보다 빨리 결단을 하고 행동에 나선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아프간 현지 협력자들과 그 가족은 단지 한국을 도왔다는 이유로 자칫 생사의 기로에 설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가 공군 수송기를 급파해 그들을 책임지는 모습은 그 간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보는 듯해서 어느 때보다 가슴 뿌듯하다. 물론 미국의 도움도 컸다. 작전명 그대로 미라클, ‘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방 당국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에 한국에 오는 아프간 현지인들은 70여 가족이며 그 가운데 영·유아가 1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6세에서 10세까지의 어린이들도 80여명쯤 된다고 밝혔다. 그들은 탈레반의 보복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테러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 어린 아이들을 두 품에 꼭 안고 한국으로 올 가족들의 설렘과 기쁨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프간에서는 그들이 한국을 도왔듯이, 이젠 한국이 그들을 도와줄 차례다. 이는 전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국은 한국의 협력자들을 끝까지 지켜준다는 그 뿌듯하면서도 당연한 대한민국 신뢰의 상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안과 공포, 그리고 안도의 기쁨과 희망이 교차할 아프간 협력자들과 그 가족에 대한 따뜻한 환영과 배려, 지원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인종이나 종교, 성별, 직업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을 도운 그들을 이제부턴 한국이 책임지고, 한국 국민이 먼저 따뜻하게 손을 잡는다는 점이다.

어느새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다시 되새겨 보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나라 안팎으로 예민한 시기에 국격에 맞는 결단을 한 우리 정부와 이에 박수를 보낸 우리 국민이 참으로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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