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이 25일 오전 4시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 처리는 오는 30일로 닷새 미뤄졌다. 법사위 통과 법안은 하루가 지나야만 본회의에 부의토록 한 국회법을 준용해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날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미룬 것이다. 절차적 요인으로 인해 잠시 미뤄진 것이지만 당초 강행 의지를 밝혔던 민주당과 강경투쟁을 밝혔던 국민의힘이 충돌 직전에 한 발씩 물러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 관련 법률안을 놓고 여야가 국회에서 충돌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행이다.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가운데 독소조항을 언급하면서 관련 내용의 보완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이를테면 ‘고의’의 유무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청구의 자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등은 여전히 난제다. 게다가 민주당이 그동안 몇 차례나 관련 내용을 수정하면서 신뢰성도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졸속’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닷새 동안 연기되긴 했지만 오는 30일 본회의까지 제대로 된 보완 내용이 나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래저래 준비가 미흡했던 것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철회토록 요구한 ‘국경없는 기자회(RSF)’를 향해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뭣도 모른다’고 비난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국경없는 기자회’는 제대로 알고 행동하는 공신력 높은 단체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도 자주 인용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도 거기서 나오는 자료다. 이런 단체를 향해 집권당 대표가 마치 무시하듯이 내놓은 발언은 너무도 적절치 않다. 오히려 그들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면서 동의를 구해도 부족할 판인데도 별 고민 없이 내치는 듯 하는 발언은 가볍다 못해 언론개혁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제 닷새 남았다. 민주당이 언론개혁의 한 획을 긋겠다는 의지로 밀어 붙인다고 해도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면 그 만큼 상처는 커지기 마련이다. 언론 그 자체가 민주정치의 본류이며 동시에 여야 협의는 의회정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마냥 힘으로만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민의힘도 무작정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내놓고 머리를 맞댈 수 있어야 한다. 근거 없는 의혹과 조작 심지어 음모와 저주의 독설들이 우리 언론환경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현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가짜뉴스’의 폐해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도 좋다. 문장 한 줄, 단어 하나라도 서로 대안을 놓고 고민하고 논쟁하면서 최악만은 피하는 그런 최소한의 협의라도 가져보길 바란다. 국민의힘이 언제나 야당만 할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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