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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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제도 하에서 관리는 상급자와 좋은 관계가 중요하지만 동료의 위협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사에 못지않게 동료에 대한 경각심도 중요하다. 동료는 기본적으로 업무가 같기 때문에 서로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어느 정도의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되면 그들의 이해관계는 격렬한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수당(隋唐)시대 이후로 여러 재상이 의논해 정치를 보좌하는 중앙보정체제(中央輔政體制)가 확립됐다. 재상은 과거의 권력을 잃고 각 기구의 구성원으로 격하됐다.

재상의 권력이 변화되자 재상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인사도 변화됐다. 여러 명의 재상들이 군주의 뜻에 따라 국가의 군정사무를 처리하는 실권이 없는 협의체가 만들어지자, 정치를 보좌하는 조직은 군주의 결정을 전달, 집행하는 기구로 전락했다. 모든 중요한 일은 반드시 군주에게 보고하고 군주의 결정에 따라서 집행됐다. 그러나 재상들은 형식적인 차등이 있었지만 모두 군주에게 직접 주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중앙의 정무기구는 진(秦) 이래로 상부(相府)조직과 제경(諸卿)조직이 있었다. 상부는 상서제조(相書諸曹)와 제경조직(諸卿組織), 6부(部), 24(司), 9(寺), 5(監)로 운영되기도 했으며, 부(部), 원(院), 감(監), 부(府)로 나눠지기도 했다. 이런 조직들이 내외로 연결돼 서로 견제했다. 각 부문에는 정부(正副)를 둬 중첩된 형태를 이뤘다. 모든 조직에 있는 관리들도 군주에게 단독으로 직접 주청할 수가 있었다. 정부직도 마찬가지로 서로 간섭을 받지 않고 군주에게 직접 주청했다. 관료조직은 서로 견제, 감독했다.

지방행정조직은 중앙의 중첩된 조직에 따라 분권적 제약을 받았다. 진 이래로 중앙과 현향(縣鄕)이라는 3개의 수직적 조직이 생겼다. 즉 승상(丞相), 군수(郡守), 현령장(縣令長)이 향을 관리하는 계통과 어사대부(御史大夫), 군감(郡監), 현승(縣丞)이 향의 삼로(三老)를 관리하는 계통과 태위(太尉), 군위(郡尉), 현위(縣尉)가 향의 정장(亭長)을 관리하는 계통이다. 이 3개의 조직은 종적(縱的)으로는 감독과 지도를 하는 관계였으며, 횡적으로는 수장(首長)이 동일한 직급이어서 서로 감독했다. 이들도 모두 단독으로 상급자에게 보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오랫동안 시행된 인치(人治)로 인해 관직들끼리 미묘한 관계를 형성했다. 그들은 상호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방어에 주력했다. 이해관계를 알면 시비를 따지지 않는 것이 관리들이다. 시비는 도리에 불과하지만, 이해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관직에 결원이 생기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관리의 승진, 이동, 휴직, 퇴직으로 인한 정상적인 결원이다. 다른 하나는 파면 또는 사망으로 인한 비정상적 결원이다. 전자는 일정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느리게 진행된다. 그러나 후자는 갑자기 일어난다. 현임은 전자를 바라겠지만, 후임은 후자를 바랄 것이다. 관직을 차지한 사람은 그 자리를 유지하거나, 승진이 되기를 바란다. 승진을 바라는 사람은 자기가 노리는 자리에 결원이 생기기를 바란다. 이런 상황에 관련된 사람들은 당연히 서로 팽팽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충돌을 피할 수가 없다. 전국시대의 누군가는 관직을 바라는 사람을 버드나무에 비유했다.

“버드나무는 아무렇게나 꽂아 두어도 살아나고 부러뜨려도 잘 산다. 그러나 열 사람이 나무를 심어도 한 사람이 뽑아 버리면 한 그루도 살아남지 못한다. 열 사람이 한 사람을 당하지 못하는 것은 왜 그럴까? 심기는 어려워도 뽑기는 쉽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는 것은 왕 한 사람인데 뽑는 사람은 무리를 이룬다. 그대는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하려고 하는가?”

하나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 자리를 차지하려면, 상사의 지지를 받거나 다른 사람들의 모함에 빠지지 않는 것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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