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최근 ‘카카오택시’(카카오 모빌리티 운영)가 일방적인 요금인상을 시도하면서 플랫폼 시장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에서 운행하는 카카오택시. ⓒ천지일보 2021.8.25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최근 ‘카카오택시’(카카오 모빌리티 운영)가 일방적인 요금인상을 시도하면서 플랫폼 시장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에서 운행하는 카카오택시. ⓒ천지일보 2021.8.25

‘플랫폼’ 구조적 문제들 대두

“중개기업, 양쪽서 폭리 취해”

편리함 속 파고든 플랫폼독점

 

“시장 참여사업자 다양해져야”

코로나 이후 디지털 혁명 가속

시장혁신장려·독점규제책 ‘절실’

[천지일보=이미애·최혜인] 세계적 차량 이용 서비스인 ‘우버’와 이와 유사한 국내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정부 규제로 사실상 퇴출당하면서 더욱 거대한 공룡이 돼버린 카카오택시. 80%에 달하는 점유율로 플랫폼 시장을 독차지한 카카오와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역택시들의 살길 찾기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플랫폼 독점 불공정’이라는 새로운 폐단을 끊어내지 못하면 사용자나 제공자나 중개하는 대기업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본지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 생활에 깊게 자리잡은 플랫폼 서비스의 득과 실을 살펴봤다.

◆자본논리보다 상생 고려해야

몸집을 키워 독과점 기업이 되면서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은 더 많아졌다. 반면 지역 현장에서는 기세를 몰아 시장독점을 꾀하는 카카오의 불공정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천안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이경은(가명, 54 남)씨는 “자가용으로 출퇴근해 가끔 카카오택시를 이용하고 있는데 빠르게 오고 안전한 편이어서 선호하게 된다”며 장점을 들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회사원인 박모씨(40대, 남, 대전)는 “타다 서비스 중단 이후 경쟁회사가 없어진 상태에서 카카오택시의 5000원 요금인상 발표는 횡포에 가깝다”며 “독점으로 인한 카카오택시의 횡포가 과연 어디까지일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이어 “모바일택시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한 카카오 모빌리티가 기업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데 이는 자본 논리만 앞세우느라 정작 택시를 이용하는 고객 입장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분노했다.

8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는 카카오택시 외에도 수도권에서는 마카롱, 반반 등 비교적 입지가 좁은 플랫폼 택시도 운영되고 있다.

마카롱 택시의 경우 고객이 자전거 등 큰 물건을 실어야 할 시 추가 비용을 부과한다. 또 여성 고객이 운전자를 여성으로 요청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다양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카카오택시의 고속성장을 막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플랫폼, 너무 많은 정보 불편”

전남 군 단위에서는 카카오택시가 아직 발을 붙이지 못했다.

해남군에서 택시 업계에 종사하는 김모씨는 “군 단위에서는 지역사회인 데다 1000원 택시 제도가 있어 카카오택시는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도시에서는 이용이 편하겠지만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군에서는 전화로 콜을 많이 부른다”고 전했다.

플랫폼서비스에 대해 해남에 사는 김유현(가명, 20대, 여)씨는 “카카오톡은 많이 이용하지만 쇼핑이나 다른 플랫폼들은 인터넷에서 이용하는 것보다 가격이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고 한정적이어서 이용을 거의 안 한다”고 답했다.

또 “오히려 카카오톡 안에 너무 많은 플랫폼이 들어있어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며 “택시는 택시, 쇼핑은 쇼핑, 뱅킹은 뱅킹 따로 하는 게 더 편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딸의 권유로 카카오뱅크에 가입했다는 이경애(43, 담양)씨는 “카카오 플랫폼은 거대한 자본시장의 빌딩 숲과도 같다”며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미 시작됐고 그 안에서 치열한 전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아날로그에 익숙한 저도 코로나19 이후 카카오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소비를 하고 있다. 이전부터 이미 디지털 혁명이 시작돼 전통적 방법을 고수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최근 ‘카카오택시’(카카오 모빌리티 운영)가 일방적인 요금인상을 시도하면서 플랫폼 시장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에서 운행하는 카카오택시. ⓒ천지일보 2021.8.25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최근 ‘카카오택시’(카카오 모빌리티 운영)가 일방적인 요금인상을 시도하면서 플랫폼 시장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에서 운행하는 카카오택시. ⓒ천지일보 2021.8.25

◆플랫폼과 조화 이룬 지자체

경남 진주시에서는 시가 자체도입한 ‘진주택시 앱’이 출시 7여년 만에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빛을 보고 있다. 카카오택시에 대한 택시업계 반발과 진주택시 앱 사용운동이 카카오택시 수수료 인상과 맞물리면서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진주택시 앱은 지역법인·개인택시 기사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형 앱이다. 시는 택시기사들에게 한달에 한번, 통신비의 50%와 승객평가 마일리지 환산금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개인택시 4800여대, 법인택시 3300여대가 운영 중이다. 이 중 플랫폼 가맹 택시는 대부분 법인택시다. 개인택시 등 플랫폼에 가입하지 않은 택시는 중개수수료, 사용법 등 상호 요구조건이 맞지 않아 여전히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광주지역에서는 500대의 카카오택시가 운영 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카카오택시는 국토부에서 면허를 관장하는 일종의 중개사업”이라며 “가맹 조건은 최근 3년 안에 구입한 차량이어야 하며 별도의 사전교육과 차량점검을 통해 승인되면 영업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광주에는 카카오택시 말고도 ‘리본 택시’도 운영 중이며 복지 차원에서 100원~1000원 택시도 운행하고 있다. 이밖에 광산구에서는 외곽지역 노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수요응답형’ 택시가 500대, 서구청에는 임산부 바우처 택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정부, 카카오택시만 키운 셈”

카카오택시가 플랫폼 사업자라는 이점을 살려 택시와 승객들 양쪽에서 폭리를 취하려 하면서 독과점 피해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무료라는 혜택을 전면에 내세워 수년간 가맹 택시들을 끌어모으던 카카오택시는 80%에 달하는 점유율로 시장을 장악하자 마침내 감췄던 발톱을 드러냈다. 카카오택시는 이달 택시를 부를 때 승객이 부담하는 ‘콜비’를 정액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내도록 ‘스마트 탄력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승객들은 다른 대안없이 ‘따블택시’를 부르는 모양새가 됐고, 택시 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논란과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콜비를 2000원으로 낮추겠다는 조정안을 부랴부랴 내놨다.

카카오가 지탄받는 다른 이유는 회비 10만원가량을 추가로 내는 택시기사에게만 승객의 목적지를 미리 알려줘 일명 ‘승차거부’와 ‘골라 태우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생활에 녹아든 많은 플랫폼서비스처럼 카카오택시도 승객뿐 아니라 기사 양쪽으로부터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기존에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중간에서 양쪽을 연결해주는 비용치고는 꽤 비싼 수수료인 셈이다.

현장에서 “시대 흐름 못 따라가는 정부, 결국 카카오만 좋은일 시킨 꼴” “변한 건 없는데 카카오는 중간에서 어쭙잖은 서비스로 택시기사와 손님으로부터 돈을 받아간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공룡의 ‘발톱’이 언제 또 나와 누구를 향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자리 잡은 택시플랫폼 시장 자체를 규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용객과 택시기사·업체가 피해 보지 않고 플랫폼 사업자와 함께 사는 상생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플랫폼 경제혁신은 장려하되 독과점 횡포는 규제하는 정부의 균형 있는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플랫폼 가맹 택시는 소비자의 요구와 맞아떨어져서 이용객이 많지만,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다양한 플랫폼 택시가 운영되고 이를 보장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최근 ‘카카오택시’(카카오 모빌리티 운영)가 일방적인 요금인상을 시도하면서 플랫폼 시장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에서 운행하는 카카오택시. ⓒ천지일보 2021.8.25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최근 ‘카카오택시’(카카오 모빌리티 운영)가 일방적인 요금인상을 시도하면서 플랫폼 시장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광역시에서 운행하는 카카오택시. ⓒ천지일보 2021.8.25

[취재: 전남 김미정, 해남 전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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