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개정은 입법부인 국회의 전권이다. 그렇더라도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함에 있어 여야 합의는 기본적인 것이다. 특정 사안과 관련된 법이 제정 또는 개정될 때 단독처리하는 경우가 있어 상대당의 원성을 유발하고 때로는 처리 과정에서 몸싸움 등 격렬한 대치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21대 국회에 들어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하게 되자 여야 합의 없이 통과시킨 법들이 많은데 민의인 전당인 국회의 합의 정신과는 멀어 보인다. 국회 법사위가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을 논의한바,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는 물론 여야의 협력은 아예 없었다. 법사위 정당별 분포도를 보면 전체 18명 가운데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열린민주당 1명으로 구성돼 있으니 국민의힘이 아무리 반대한다고 해도 여당의 입맛대로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법사위는 위원회에 회부된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가 주요 목적인만큼 야당이 안건조정위 카드도 쓸 수 없는 입장이니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개정될 언론중재법개정안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하다. 법 개정안 내용에서 ‘보도로 인한 피해 정도, 언론사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해 정당한 손해액을 산정한다’는 손해배상 문제가 명시되는 등 징벌적 손해배상의 내용이 새로 포함했다. 특히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는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한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내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실정이며, 그 내용에서도 허점이 있지만 절차에서도 문제는 없지 않다.

그런 까닭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인 박용진 예비후보는 언론은 국가사회의 현상에 대해 비판감시하는 것이 주요기능인데, 법으로 통제한다면 그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우려를 걱정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도 “개정안에 독소조항들이 많이 있다”면서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다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정권 교체 이후 역풍이 불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어쨌든 여야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언론인, 학자들이 논쟁을 삼고 있으니 언론중재법에 대해 국민 관심도 쏠려있는 편이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법률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문제가 있는 법이라면 언론인, 학자,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이 포함된 공론의 장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모두가 수긍하는 대안을 만들고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도 될 일이건만 민주당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통과시키려는 의도는 국민을 위한 것일까? 국회는 여야 합의로 법사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는데, 그 전에 속전속결로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키려는 의도라면 이는 내용과 절차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지 않고, 심각한 후환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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