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도 알지 못하고서야(旣往之是非不能知), 현재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則目前之是非何得知也).’ 고산 윤선도 선생의 말이다.

역사를 이야기할 때 흔히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변형돼 ‘현재는 과거를 비추는 거울’로 통용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 말의 논지는 과거를 바로 알아야 현재를 알고, 현재 봉착하고 있는 당면 현안에 대한 지혜 있는 대책이 마련된다는 뜻으로 새겨지고 있다. 여당이 경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선주자들의 치고받기 판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당 대표와 대선주자들의 갈등과 헐뜯기로 당력을 내부에서 소진하고 있는 중이다.

현 정치상황과 대선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유지’보다는 ‘정관교체’에 관한 지지율이 더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국민의힘이 그 지지세를 흡입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지지세 답보상태를 보이는바, 이는 최근 격화되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행동과 대선주자들의 상호 비방에 국민들이 외면하는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일부에서는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토론이나 유세를 잘하는 것을 대통령이 되기 위한 자격의 제1조건으로 여기는 것 같다.

어차피 국민의힘 본 경선에 들어서면 당헌 규정에 의해 경선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후보자 토론이 몇차례 이어질 것이지만 이 대표는 경선하기 전부터 당헌에도 없는 대선주사 토론회를 고집해왔고, 이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측이 원칙을 내세워 반대로 인해 무산되자, 이 대표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후보들은 윤 후보자를 공격하는 등 주자들끼리 물고 물리는 한판의 추태를 계속 이어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참패를 당했다. 그 직후에는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10%대로 곤두박칠치자, 당내인사뿐만 아니라 당원들도 “왜 이렇게 망가졌고, 국민밉상이 됐나”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총선 전까지 낙관론에 빠져 희희낙락하거나 분열상을 보이다가 ‘한방에 훅 간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과제인 정권교체를 바라려면 과거의 잘못을 현재의 거울로 비춰보고 더욱더 국민 속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경선버스 출발시키려니 운전대 뽑아가”라는 등 발언은 당내 화합에 문제가 따르는 내용인바, 이 대표와 주자들이 은인자중하며 국민 지지를 받는 게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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