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정진현

너무 가깝지 않게
너무 멀지도 않게

그냥 딱 지하철의 노란 대기선처럼
우리 사이의 거리도 딱 그 만큼만

뜨겁지 않게
춥지도 않게

시선이 닿는 거리에서
잘 데워진 마음으로

 

[시평]

코로나 4단계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삶이 어려워졌다. 저녁이면 3인 이상이 모이지를 못하니, 궁극적으로는 모든 일상사가 막혀버린,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은 서로 사회적 거리를 두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만 하며, 아니 일정한 간격 속에 갇혀서 살아가야만 한다.

실상 거리두기란 코로나 사태가 아니라고 해도, 어쩌면 일상의 삶에서 때로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 어려운 사이일수록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만나고 사귀는 것, 또한 필요하다. 너무 가깝지 않게, 너무 멀지도 않게. ‘불가원 불가근(不可遠 不可近)’이라는 옛말이 있듯이, 마치 지하철의 노란 안전선처럼, 그렇게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것 또한 현명한 삶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코로나로 인하여 일정한 사회적인 거리를 두고 살아도, 비록 뜨겁지 않게, 춥지도 않게 서로 거리를 두어야 해도, 잘 데워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으며 거리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로 인하여, 그래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하여, 정말 사람과 사람이 몸만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멀어지는 비인간의 세상이, 우리에게 머잖아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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