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망와(望瓦)는 건축물의 마루 끝에 올려놓는 암막새로 망새라고도 부른다. 한 건축물 지붕에 4개를 세워놓아 그 수효가 매우 적다. 절터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망와가 출토되면 대어를 낚는 셈이다.

고구려 망와는 건장한 전사(戰士)의 얼굴이란 느낌을 준다. 신라 용면처럼 험상궂은 얼굴도 아니다. 강건하면서도 순박하다. 고구려 왕도 지안 국내성 유적에서 출토된 여러 점의 인면문 와당을 닮고 있다.

‘고구려 인면’은 대륙에서 유행한 도철문(饕餮文)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창적인 양식이다. 도철문은 은나라 이후 전국시대의 청동기, 옥기(玉器), 혹은 와당에도 많이 사용된 괴기상이다. 두 개의 찢어진 큰 눈을 양 쪽으로 대칭을 이루게 했는데 안면은 기학학적 무늬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고구려 용문 망와(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1.8.18
고구려 용문 망와(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1.8.18

필자는 고구려 인면문을 이들이 영웅으로 삼은 치우(蚩尤)의 얼굴로 해석한 바 있다. 이 얼굴이 점차 험상궂게 발전했으며 나중에는 중국의 도철문과 합쳐져 통일신라기에 이르러서는 용의 얼굴인 용면(龍面)으로 태어난 것이다. 용은 벽사의 의미도 있지만, 비를 뿌리는 영물이다. 건축물 마루에 이를 세워 놓은 이유는 화기(火氣)를 막기 위해서였다.

여기 소개하는 망와는 마름모꼴로 상면이 아치형을 이루고 있다. 이마에는 삼산형의 뿔이 있으며 눈썹은 둥글고 위로 치켜든 모습이다. 두 눈은 불거져 있으며 긴 코는 들창코로 해학적이다.

입은 크게 벌리고 있는데 입 꼬리가 눈 밑에 닿고 있다. 치아는 위에 6개, 아래 6개 모두 12개가 표현되어있다. 주연은 아무런 무늬가 없으며 하단은 내곡을 이룬 아치형이다.

색깔은 적색이며 모래가 많이 섞이지 않은 경질이다. 뒤에는 망와를 세우기 위한 작은 고리형의 토제 장식이 붙어 있다. 크기는 높이 26㎝, 하폭21㎝, 두께 4.5㎝. 지안 국내성 유적 출토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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