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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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을 쓰라는 교육을 받아 왔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긍정적인 말이나 표현들은 의도한 것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공부하는 자녀들에게 흔히 하는 말 중에 “우리 아들(딸)은 머리가 좋아서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성적이 좋아질 텐데…”라는 말이 있다. 아이는 성적은 안 좋지만 머리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아이가 이런 말을 알아들을 정도라면 아마도 짧게라도 공부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공부를 했는데도 결과는 좋지 못했던 경험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만일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성적을 못 올리면 머리까지 좋지 않다는 것이 들통나는 셈이다. 누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겠는가? 물론 무척 열심히 해서 성적까지 올릴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부모님께 늘 그런 말을 들어온 자녀가 그렇게까지 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여 진다.

주변에 10년 넘게 다단계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시작할 때보다 훨씬 힘들어 보인다. 아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무조건 잘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 된다. 물론 힘들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당사자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믿고 싶은 말만 믿고 선택한 결과인 것이다. 물론 앞으로 잘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 시점으로 볼 때 주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만 느끼게 한다.

어떤 말이든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깊이 생각해 본 후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크게 될 놈’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전라도 어느 섬마을에서 순옥은 남매를 키우면서 아들 기강이 잘되기만을 바라면서 살아간다. 어느 날 아들 기강은 “엄니, 두고 보소. 내가 어떤 놈이 되어서 돌아오는지”라는 말을 남기고 고향을 떠난다. 무모한 성공만을 꿈꾸던 그는 결국 범죄자로 전락해서 사형선고까지 받게 된다. 간절하게 편지를 써야하는 엄마 순옥은 한글을 배워서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

‘세상이 아무리 욕해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난 니엄니께’ 엄마의 간절한 노력과 섬 주민들의 탄원서로 무기징역으로 감형 받게 되는 감동적인 모정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인 기강이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되짚어 보았을 때, 아마도 ‘크게 될 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는 ‘크게 될 놈’이라는 말을 믿고 자신을 크게 여기며 사는 동안 늘 힘들고 불안했다고 생각한다. 크게 될 생각을 지웠을 때 오히려 그에게 따스한 행복이 찾아오게 된다.

물론 이 말은 엄마의 무책임한 말에서 비롯되지도 않았고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것이 바로 긍정적인 말의 함정인 것이다. 우리는 긍정적인 말이나 칭찬을 많이 하라고 교육 받아 왔다. 가끔 아이 교육을 칭찬일색으로 하는 것을 볼 때 조금 걱정이 앞선다.

‘침묵은 금’이라는 동양식 교육과 ‘웅변은 다이아몬드’라는 서양식 교육의 차이에서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정답은 없지만 긍정적인 말이나 칭찬도 깊이 생각한 후에 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것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말을 듣는 사람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대화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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