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를 접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6.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를 접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6.16

安, 국민의힘 합당 결렬 선언

野, 결렬에 유감 “재추진해야”

당장엔 제3지대서 힘 모을 듯

막판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대권 구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안 대표 독자 출마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의 접선도 예상하지만, 막판 단일화 가능성도 남아 있어 안 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안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대한 결렬을 선언했다. 그는 “단지 합당을 위한 합당 또는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정권교체가 과거 기득권 양당이 반복해온 적대적 대결정치의 도돌이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합당 형태로는 야권대통합을 통한 정권교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대권 행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이 나왔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안 대표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보이고 있다. 야권대통합을 통한 정권교체에 차질을 빚을 거라는 분석에서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이날 바로 논평을 내고 “(안 대표가) 야권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4.7 재보궐 선거 당시, 안철수 대표가 먼저 제안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쪽이 통합에 더 절실했는지, 어느 쪽이 한 줌의 기득권을 더 고수했는지는 협상 과정을 지켜본 국민께서 아실 것”이라며 “합당을 제안했던 서울시장 선거 때의 정치적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여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어버린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비판도 쏟아졌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교체라는) 준엄한 명령을 야권의 그 누구도 회피할 수 없다”며 “분열은 공멸이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합당 재추진을 촉구했다. 박진 의원도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그 출발은 분열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 인사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6.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 인사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6.16

안 대표는 올해 4.7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경선 내내 합당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붉은 넥타이를 매고 등장하는 등 정권교체를 위해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목 놓아 외쳤다. 특히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당시 오세훈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한 뒤, 적극적으로 오 후보를 지지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결국 오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안 대표는 야권의 새로운 대선 후보로 점쳐졌으며, 자연스레 대선 출마가 유력시됐다.

하지만 변수는 새로운 잠룡들의 등장이었다. 안 대표가 계속 국민의힘과 합당을 미루고 있을 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새로운 후보가 속속 등장했고, 먼저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입지를 넓혀갔다. 이에 따라 안 대표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하태경 등 국민의힘에서 뚜렷한 지지층을 가진 잠룡들을 상대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의 내부 상황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경선준비위원회를 꾸리고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의 연이은 갈등으로 잡음이 생겼다. 거기에 다른 대선 후보들도 한마디씩 거들었고, 지도부 간 설전이 오고가 당 안팎에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안 대표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안 대표는 뒤늦게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정으로 대선 구도는 3자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김 전 부총리와 만나 중도층에서 지지세를 끌어 올린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선 안 전 대표가 순식간에 적군으로 바뀔 수 있다. 여권 지지율을 가져오는 것보다 야권의 표를 나눠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여권은 합당 결렬을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의 합당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의 합당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히며 '합당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야권대통합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안 대표가 합리적 중도층 흡수를 통해 지지율을 결집한 뒤 막판에 반문(反文)정서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대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후보 단일화 필요성이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제3지대에서 김 전 부총리와 손을 잡을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면 어떤 분이든 만나서 의논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에 안 대표는 뒤늦게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합당 타이밍을 여러 차례 놓친 게 패착으로 보인다”며 “특히 윤 후보와 최 전 원장의 입당으로 실익이 줄어들어 안 대표가 이런 선택을 내놓은 것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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