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 없이도 ‘최전방 스트라이커’ 존재감 과시
토트넘 탄탄해진 수비력, 작년과 달라진 모습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손흥민(29, 토트넘)이 2021-2022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상대로 결승골이자 리그 1호골을 기록하며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 감독의 토트넘 데뷔전에서 승리를 선사했다.
손흥민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 2021-2022 EPL 1라운드에서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손흥민은 후반 10분 오른쪽 페널티지역 밖에서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맨시티를 1-0으로 제압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토트넘은 맨시티를 상대로 새구장인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4연승을 이어갔고, 이 4연승을 하는 동안 손흥민은 매번 골을 기록하며 ‘맨시티 킬러’임을 재확인시켰다. 맨시티를 상대로 통산 7호골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한 가운데 1라운드 가장 마지막 경기로 열린 토트넘은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우승후보이자 빅6인 맨유, 첼시, 리버풀이 모두 3점차 이상으로 승전보를 울린 가운데 토트넘도 어려운 상대인 맨시티를 제물로 삼아 승리를 챙기면서 우승 경쟁에 좋은 출발을 알렸다.
지난 시즌 도중 조제 무리뉴 감독을 경질한 토트넘은 최종 7위로 마쳐 2008-09시즌 8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마쳤다. 손흥민이 2015-16 시즌에 입단한 이후로도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토트넘은 2016년부터 매년 4위권 이내에 들어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다가 2019-20 시즌에서 6위로 떨어져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대신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지난 시즌에는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따내는 데도 실패했고, 그보다 하부리그로 신설된 유럽대항전인 유로파 네이션스 리그 출전권을 따내는 데 그치며 점점 내리막길을 걸었다.
프리시즌 내내 감독 선임에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시즌까지 울버햄튼 지휘봉을 잡았던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선임하며 팀 재편에 박차를 가했다.
팀의 주포인 해리 케인이 우승에 목말라하며 맨시티로의 이적을 원했으나 이 역시 잘되지 않았고, 케인은 팀 훈련에 합류가 늦어 개막전 출전 선수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누누 감독은 프리 시즌부터 해리 케인 대신 손흥민을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시켰고, 손흥민은 4차례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3골 4도움을 넣어 골감각을 과시했다.
결국 이날 개막전에서도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해 결승골을 넣어 임무 수행을 멋지게 완수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확실히 지난시즌과 달라졌다. 무엇보다 수비가 탄탄해졌다. 지난시즌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중반 이후 동점골을 내줘 많은 승점을 놓쳤던 약점이 보완됐음을 보여줬다.
산투 감독은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는 손흥민이, 양 측면에는 스티븐 베르바인, 루카스 모우라가 역습시 빠른 공격 전개로 맨시티를 흔들었다. 이날 손흥민의 골도 역습에서 나왔다. 후반 10분 맨시티의 공세를 토트넘 수비진이 잘 막아낸 후 걷어낸 공을 모우라가 등을 진 상황에서 베르바인에게 연결했고, 베르바인이 빠르게 전방으로 치고 달리면서 역습을 시도했다.
베르바인은 오른쪽 측면으로 달려오던 손흥민에게 패스해줬고, 손흥민은 앞을 막고 있던 네이선 아케를 오버스텝으로 정신을 빼놓은 후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특유의 왼발 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노렸고, 이는 맨시티의 골키퍼 에데르손이 전혀 손을 쓰지 못한 채 골문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토트넘은 중원에서는 델레 알리,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올리비에 스킵이 호흡을 맞추며 맨시티의 공격을 차단했다. 특히 지난 시즌 노리치시티 임대를 갔다온 21세 유망주 올리버 스킵의 실력이 크게 성장했음을 보여줬다. 수비진에서는 세르히오 레길론, 에릭 다이어, 다빈손 산체스, 자펫 탕강가가 포백 라인을 구축해 맨시티 공격을 막았다. 지난 시즌 불안했던 수비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골키퍼 위고 요리스도 몇 차례 선방으로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탕강가의 활약이 돋보였다. 맨시티가 아스톤 빌라에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인 1억 파운드(약 1590억원)를 주며 데려온 잭 그릴리쉬를 탕강가가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잘 막았고 라임 스털링까지 함께 막아냈다.
다급해진 맨시티가 후반 중반 이후 가브리엘 제주스와 케빈 데 브라위너를 잇따라 투입시켰지만 토트넘의 단단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결국 토트넘은 손흥민의 골을 잘 지켜내 맨시티라는 대어를 잡고 승점 3점으로 기분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이날 손흥민의 골은 토트넘 팬들이 해리 케인을 기억에서 지울 수 있을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경기 후 평점은 모우라가 가장 높은 평점을 얻었으나 최우수선수인 MOM(맨오브 더 매치)은 결승골을 넣은 손흥민이 선정됐다.
토트넘의 리그 두 번째 상대는 울버햄튼으로 오는 22일 오후 10시(한국시간)에 원정경기로 열린다. 이번에는 누누 감독이 친정팀을 상대하게 되는데, 손흥민이 재차 승리의 선봉장으로 나서 또다시 골맛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